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의료개혁과 관련해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송부한 가운데, 강경 대응이라는 원칙을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결의하는 등 의료계 반발도 커지고 있지만 대통령실은 "현장을 이탈하는 집단행동에 교수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고 정부에 이같이 지시한 뒤 “응급환자 및 중증환자에 대해 빈틈없는 대응을 하라"고 주문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지난 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 이후 6일 만에 의료계를 향해 낸 강경 발언으로, '정부가 결국 대화로 중재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중증환자 대비를 강조한 것도 의료계와의 장기전을 준비하는 포석으로 읽힌다.
특히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정부가 해결 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18일 집단 사직을 하겠다'고 의결한 것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진료유지명령이라든지 업무개시명령 등을 내려 현장에 사직서를 내지 않는 게 가장 최선이지만 설령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법적 절차를 거쳐서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 노력은 병행할 것이지만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원칙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어쨌든 대화의 장에 나와야 서로 의견 차가 어떤 것인지를 듣고 조정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의 의대 증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건 진정한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청와대 상춘재에서 가진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도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의료개혁 등 우리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혁 과제의 완수를 위해 종교계에서도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한 종교계 지도자는 “의료개혁이 지금 전 국민적인 지지를 받는 상황에서 물러서선 안 된다”며 “정부 노력에 부응해 종교계가 다 같이 성명을 내는 방향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또 다른 종교계 지도자도 “우리가 의사협회를 만나 설득할 필요가 있는지도 생각해 보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장종현 목사,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원로 목사,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이용훈 의장,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순택 교구장, 원불교 나상호 교정원장, 유교 최종수 성균관장, 천도교 주용덕 교령 대행, 한국민족종교협의회 김령하 회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