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인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이번에는 고양이가 자꾸만 코피를 흘려서 걱정되신 집사분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고양이가 코피를 흘리면 집사는 너무 놀랄 수밖에 없는데요. 고양이가 대체 왜 코피를 흘리는 것인지 주요 원인을 살펴보고, 코피를 흘릴 때 집사가 대처할 수 있는 요령에 대해서도 간략히 알아보겠습니다.
고양이 코피 원인 알아보기
1. 상부 호흡기 증후군
고양이가 코피를 흘린다면 다른 원인을 살펴보기 전에 감염성 질환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로 고려해 볼 수 있는 감염성 질환으로 '*고양이 상부 호흡기 질환(FURD: feline upper respiratory disease)'이 있습니다. 이 질환은 허피스나 칼리시 바이러스 등 다양한 원인체 감염에 의해 발생합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재채기를 꼽을 수 있어요. 콧속에 염증이 심한 상태로 오래 지속되면 비강(코안) 내 구조가 변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상부 호흡기 질환으로 콧속 염증이 오래되거나, 심한 고양이들이 재채기할 때 코피를 반복해서 흘릴 수 있습니다. 고양이 상부 호흡기 질환은 어린 연령의 고양이, 특히 구조된 고양이 등에서 아주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다른 원인을 확인하기 전에 먼저 감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고양이 상부 호흡기 증후군: 감기와 비슷한 호흡기 질환
상부 호흡기 증후군의 원인체 이외에도 곰팡이나 진드기 감염 역시 코 안에 염증을 유발해서 출혈(코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집 밖을 산책하거나, 구조한 고양이라면 이런 원인도 감별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2. 이물질
두 번째로는 이물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작은 풀씨나 먼지 같은 것들이 고양이 콧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요. 이럴 때 고양이는 반사적으로 재채기를 하거나 얼굴을 비비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감을 호소하는 증상 자체는 줄어들지만 비강 내측으로는 더 심한 염증이 유발되면서 코피가 날 수 있습니다. 이물에 의한 코피는 편측(한쪽 콧구멍)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지만, 위치나 정도에 따라서 양측으로 코피를 흘리기도 합니다. 이 경우 비강 내시경으로 콧속을 확인하는 동시에 이물을 제거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 입니다.
3. 알레르기 비염
코피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알레르기 비염을 꼽을 수 있습니다. 화장실 모래나 꽃가루와 같은 계절 항원(알레르기 유발 물질), 에어컨 바람 등이 흔히 알레르기 원인 물질로 작용하는데요. 이로 인해 콧속 점막이 붓고, 충혈되기 때문에 재채기하는 과정에서 코피가 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원인물질을 확인하고 회피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추가로 면역반응을 줄여줄 수 있는 약물을 투여하면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치료는 면역 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감염원이 있는 경우 되려 감염이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감염원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출혈 소인
네 번째는 출혈 소인이 있어 코에서 피가 나는 경우를 꼽을 수 있습니다. 즉, 고양이 몸 안에서 출혈이 잘 일어나거나, 지혈이 잘되지 않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간질환이 심한 경우 체내 응고 인자(피를 굳게 하는 물질)의 합성이 잘되지 않아 응고계 질환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또 사람이 먹는 소염 진통제 같은 약을 섭취했거나, 오메가3 등의 영양제를 과량으로 먹은 경우에도 출혈에 영향을 줄 수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코피뿐 아니라 점막 같은 곳에 점 모양의 출혈이 있거나, 소화기계 점막 출혈로 인해 혈변 또는 액체 같은 검고 진득한 변을 보는 모습이 같이 관찰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는 혈소판 수와 기능뿐 아니라 응고계 검사(PT, aPTT 등)를 통해 진단할 수 있습니다.
5. 종양
다섯 번째는 종양을 꼽을 수 있습니다. 비강 내 종양이 생기는 경우에도 코피를 흘릴 수 있는데요. 특히 고양이는 어린 연령에도 백혈병 바이러스나 면역 결핍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림프암 같은 종양이 발생하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때문에 어린 연령이라고 무조건 종양을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6. 구강 질환
여섯 번째는 구강 질환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치아는 길고 뾰족한 모습인데요. 잇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뿌리 부분도 대략 사람에게 보이는 부분과 비슷하게 길쭉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치아 뿌리 쪽에서 염증이 유발되는 경우 코 안쪽까지 염증이 파급될 수 있으며, 코피가 나기도 합니다.
7. 그밖에 이유
한편 혈압이 높을 때도 코피가 나거나 잘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외상 즉, 높은 곳에서 추락하거나, 교통사고 같은 경우에 코피를 흘릴 수 있습니다. 구조된 고양이들이 코피를 흘릴 때는 이런 외상 이력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이처럼 고양이가 코피를 흘리는 이유는 다양한데요. 의심되는 이유가 명확한 경우에는 그에 맞추어 진단 및 치료를 하는 것이 합리적 입니다. 하지만 사연자분 고양이의 경우 오랜 시간 증상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원인 감별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질환이 만성화되면서 생기는 이차적인 증상, 예를 들어 비강 내 구조적 변화나 심각한 염증 등이 생겨 근본적인 원인을 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사연 속 고양이는 현재 재채기가 늘어날 뿐 아니라, 코피의 횟수와 양도 늘어나는 등 증상이 심화되고 있는데요. 이럴 때는 한 두가지 원인에 초점을 맞추어 각각의 검사를 하는 것보다 위 내용을 전반적으로 아울러 상태를 평가하는 편이 오히려 상황을 명확하게 하고 치료 방향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즉, 몸 상태 평가 및 감염원을 확인하고 CT나 비강 내시경을 통해 이물 등을 확인합니다. 또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조직 검사 등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입니다. 검사가 다소 힘들 수 있지만 오랫동안 고양이가 고통받고 있는 상황이라 원인을 정확히 확인하고 확실히 교정하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덜 고생스러울 수 있습니다.
고양이 코피 흘릴 때 대처 방법
고양이가 갑자기 코피를 흘린다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일단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양이가 흥분하게 되면 혈압이 상승하고 지혈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가능한 경우라면 콧등에 얼음찜질을 해주는 것도 좋은데요. 코의 혈관이 수축되면서 지혈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얼음찜질을 하려고 시도할 때 고양이가 흥분한다면 차라리 고양이를 시원한 방으로 이동시켜 안정하도록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코피가 나면 콧구멍에 솜을 끼우기도 하는데, 고양이의 경우 이런 행동을 해서는 안 됩니다. 혹시라도 솜이 콧속으로 들어가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되려 마취 및 내시경 등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대부분 코피는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출혈이 심하다면 이차적으로 빈혈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응급처치로 조절되지 않는다면 꼭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 보시는 편이 안전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코피로 고생하는 고양이의 사연을 살펴보았는데요. 집사분의 마음고생이 크실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 글을 통해 질환 이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검사를 받고 원인을 확인하셔서, 고양이가 오랜 질환에서 벗어나 건강하게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좋은 치료 경과를 기도하며 이번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