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뇨관 삽입도 못 해본 초보의사... '땜질 투입' 공보의가 위험하다

입력
2024.03.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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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공보의 138명 의료현장 본격 투입
예견된 부작용 그대로... "교육도 못 받아"
허술한 체계 탓에 병원 측과 갈등 겪기도

"당장 내일부터 도뇨관(카테터)을 삽입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했어요."

12일 밤 통화한 3년 차 공중보건의사(공보의) A씨의 목소리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지역의 한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던 그는 10일 별안간 서울의 한 국립병원 파견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짐을 싸 상경했다. 급한 대로 사비를 들여 병원 인근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이틀간 '직무교육'도 받았다. 교육은 허울에 불과했다.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 '지시'가 전부였다. A씨는 "어떤 일이 맡겨질지 몰라 하루하루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13일 전공의 집단사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파견한 공보의 138명이 상급종합병원 및 주요 거점 국립대병원에 본격 투입됐다. 하지만 대책이 나왔을 때부터 불거진 '땜질 처방'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공보의들에게 역량 이상의 업무를 요구하고, 주당 많게는 80시간 근무를 명령하는 등 논란을 부를 만한 요소가 수두룩하다.

전공의 없다고 두 배 일하라고?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공보의들에게 △근무 조건 △수당 지급 △법적 보호 △편의 지원 등에 관한 지침을 전달했다. 지침에는 주 최대 80시간 근무와 당직 근무 수행, 병원 법무팀 소송 지원, 특별지원활동수당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장에서의 세부 지침은 개별 병원에 맡겼다.

얼추 얼개를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업무 시간. 통상 공보의는 일주일에 40시간 일하는데, 정부 지침에는 최대 두 배 더 근무하게 돼 있다. 재난발생에 따른 공무원 비상근무자가 월 100시간까지 초과근무를 하는 것과 비교해도 기준을 훨씬 넘어서는 중노동이다.

환자 건강과 직결되는 업무 범위 잡음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의대를 막 졸업해 의사면허만 있을 뿐, 수련 경험이 부족한 공보의는 응급·중증 환자를 상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나 일손이 크게 부족한 병원 측은 개의치 않고 역량 이상의 업무를 떠맡기고 있다. 실제 서울의 한 대형병원은 의대에서 배우지도 않은 '골수천자(골수에 침을 꽂아 골수액을 채취하는 방법)' 등을 공보의들에게 위임하려다 극심한 반발에 부딪혀 철회했다고 한다. A씨는 "어떤 병원에선 교수가 공보의에게 직접 처방을 전하지 않고 간호사를 통해 전달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확실한 체계가 구비돼 있지 않다 보니 다들 쉬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4주 뒤면 떠날 애들"... 법적 책임 잡음도

의료사고 발생 등에 대비한 법적 책임을 놓고 병원 측과 공보의가 갈등을 겪은 사례도 있다. 병원 측은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 와중에 4주 파견직인 공보의 교육까지 도맡을 수 없다는 입장이나, 공보의들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려면 구체적 교육과 지침이 필요하다고 맞선다. 공보의 B씨는 "우리를 '한 달 뒤면 떠날 애들'로 부르던데, 총알받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항의했다"며 "이런 식이면 최대한 방어적으로 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소재 대형병원에서는 공보의 투입 하루 전부터 내려온 업무 지시를 두고 다툰 일도 있었다.

대한공보의협의회 관계자는 "정부와 병원은 공보의를 전공의와 동일시하는 것 같다"면서 "교육을 충분히 받지 않은 공보의들이 중증 환자를 돌보는 의료현장에 보호받지 못한 채 내던져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