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대 손실이 확정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등을 거치며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다양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금융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만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홍콩 ELS 판매 관련) 금융감독원 조사가 마무리 단계로, 문제로 지적되는 원인에 맞는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소비자보호 관련 제도상 보완점뿐만 아니라 금융사 내부통제나 시스템, 영업관행 개선점까지 필요한 제도개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최근 두 달간 은행 5곳과 증권사 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홍콩 ELS 현장검사 결과 일부 불완전판매 소지를 확인했다고 전날 밝혔다. 판매사들은 과도한 영업목표를 잡고 부적절한 성과지표(KPI)를 제시해 고위험 상품 판매를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점 단위에선 상품 주요 내용 왜곡 설명부터 서류 대리작성, 문서 위조까지 각종 불완전판매 행위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2019년 DLF 사건과 관련해 여러 판매자 규제가, 2020년에는 금융소비자보호법까지 나왔는데 또다시 불완전판매가 드러났다는 건 여러 차원의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금융사들이 배임을 이유로 자율배상보다 법원의 판단에 맡기려는 분위기라는 지적에 김 위원장은 "그 많은 피해자들이 일일이 금융사와 소송을 할 수가 없으니 금감원에서 나름 합리적 기준을 만들어 빨리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배임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융당국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금융당국이 DLF 사태 이후 은행권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제한하기로 했으면서도 은행권 건의를 받아들여 ELS 상품 판매를 조건부로 허용한 데다,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적절한 감시(미스터리 쇼핑 등)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적잖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금융정의연대와 참여연대 등은 지난달 감사원에 금융위와 금감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는데, 김 위원장은 "현재 공익감사가 청구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국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계획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서면서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은 펀드의 기초자산으로 편입할 근거가 없다'며 도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