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이 총판… 5000억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일당 검거

입력
2024.03.12 13:54
경찰 35명 검거해 10명 구속, 25명 불구속 
불구속 입건자 중 중학생 4명, 고교생 8명
중2 3명은 회원 모집하는 '총판' 역할 자처

국내외 여러곳에 서버를 두고 5,000억 원대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검거됐다. 일당 중에는 중학교 2학년 3명이 포함됐으며, 이들은 회원을 모집하는 이른바 ‘총판’ 역할을 맡아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1대는 12일 도박개장 및 범죄단체조직 혐의로 국내 총책 A(40)씨 등 35명을 검거해 10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해외 총책 B(40)씨 등 9명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공조로 추적 중이다. 불구속 입건자 가운데는 중학생 4명과 고등학생 8명 등 청소년 12명이 포함됐다.

A씨 등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3월 초까지 5년 간 국내는 물론 인도네시아 발리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해외에 서버를 둔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500억 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다. 이들이 운영하는 도박사이트는 국내 1개, 해외 4개로 회원수만 1만5,000여 명에 이르고, 거래된 금액은 5,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현재까지 확보한 83억 원을 기소 전 추징 보전 신청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와 B씨는 2018년 국내에 불법사이트를 개설한 후 경찰 추적을 피하고, 자금세탁이 용이한 두바이 등으로 거점을 옮겨가며 범행을 저질렀다. 유튜브 등에 스포츠중계 영상을 올린 뒤 대화창에 ‘OO 경기에서 누가 이겼는지 맞혀 돈을 벌었다’ 등 결과를 예측해 성공한 것처럼 속여 자신들이 운영하는 도박사이트로 유인하는 수법을 썼다. 또 회원수를 늘리기 위해 모집한 회원이 사용한 도박비용의 일정금액(최대 30%)을 인센티브로 주는 총판(영업사원)을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중학교 2학년인 C군 등 3명이 총판을 자처했다. 도박을 하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총판이 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C군 등은 지난해 9월부터 검거될 때까지 3개월 동안 회원 500여 명을 모집해 1인당 100만~200만 원 정도의 인센티브를 챙겼다. 청소년 가담자 중 나머지 9명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도박을 한 이들이다. 김선겸 경기북부청 사이버범죄수사1대장은 “청소년을 도박의 유혹에 빠트리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물론 조력자들까지 끝까지 추적해 검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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