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들을 만났다.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이탈한 지 3주 만에 처음이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장관과 함께 어제 비공개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다만 "전공의 측 요청에 따라 누구를 만났는지, 어디서 만났는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밝히기는 어렵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동안 전공의 단체 및 각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들은 외부 연락을 끊고 정부의 대화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박 차관이 복귀 시한 마지막 날(2월 29일)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도 5명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20일 전공의 집단 이탈이 현실화한 지 20여 일 만에 의정 대화가 가까스로 물꼬를 튼 셈이다. 다만 의대 증원에 대한 양측 입장 차이가 커서 단시간에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의대·대학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보호를 명분으로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날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가 18일까지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고, 성균관대 의대, 가톨릭대 의대, 연세대 의대 등 여러 교수협의회도 자체적으로 향후 대응 방안 논의를 시작했다.
정부는 교수들과도 적극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차관은 "몇몇 의대에서 교수들이 모임을 예고하고 있고 성명도 많이 발표해 교수 사회가 동요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정부는 이런 상황이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대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강행할 경우 대처 방안을 묻는 질문에 "교수들도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게 되면 정부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을 내릴 수 있고 현재 검토 중"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박 차관은 "또 다른 집단 사직으로 환자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환자의 생명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교수 사회의 살아있는 양심을 믿으며, 집단 사직 의사를 철회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비상진료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입원 환자는 평상시 대비 40% 감소했으나 최근에는 소폭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 수술 건수는 11일 기준 지난달 15일보다 52.9% 줄었고, 중환자실 입원 환자는 평소와 비슷한 3,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응급실 408곳 중 398곳은 병상 축소 없이 운영 중이며 응급실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지난달 초와 비교해 10%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줄어든 진료 수요 일부는 종합병원들이 흡수했다. 전공의가 없는 종합병원 입원 환자 수는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보다 9%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의관과 공보의 150여 명도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에 파견돼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박 차관은 "의료 이용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더 아픈 환자를 위해 대형병원 이용을 자제하는 국민 여러분과 환자 곁을 지키며, 전공의들의 공백까지 감당하는 현장 의료진께 감사드린다"며 "현장 의료진이 소진되지 않고, 국민들께서 겪고 있는 의료 이용 불편을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 비상진료 대책을 계속 강화해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