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좋으면 능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능력이 있어서 결과가 좋다 할 수 있을까. 꼭 그렇진 않다. 공부 잘한다고 꼭 능력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린 학교에서 뭔가를 배워서 능력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신앙'에 매달려야 할까.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우리가 진정 배워야 할 것은, 굳이 그렇게 억지로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배우는 '언러닝(Unlearning)' 아닐까.
'모험의 서'라는 제목에다, 소년소녀 모험만화 같은 책 표지와 삽화에다, 이런 식의 서술까지.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이 책을 쓴 주인공은 손태장이다. 재일교포 3세이자 세계적 투자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동생이다. 형 이름에 가려서 그렇지 그 자신도 초대형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사인 미슬토의 회장이다.
저자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성공의 비결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더니 비상한 두뇌, 남다른 결단력, 엄청난 노력 같은 건 없었다. 왜 비결을 묻고 그 비결이 학교에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지적 모험에 나서는 책이다. 자유분방하고 유머와 위트가 넘쳐나지만 결코 만만치는 않다. 이 모험의 안내자는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이반 일리치 '학교 없는 사회', 필리프 아리에스의 '아동의 탄생', 마르셸 뒤상의 '오후의 인터뷰', 우치무라 간조의 '후대에 보내는 위대한 유산' 같은 명저들이니까.
어쩌면 돈 많고 성공한 아저씨의 이런 이야기부터 언러닝해야 할 것 같은데, 한편으론 한국에서 돈깨나 벌었다는 사람 가운데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싶다. 학교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자기가 정말 궁금한 걸 파고들 때 이런 책도 나올 수 있다는 게 언러닝의 진짜 메시지 같다. 일본에선 발간 즉시 10만 부 가까이 팔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