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ICK] 돌아온 김소현에게 박수를

입력
2024.03.11 21:27
뮤지컬 배우 김소현, 공백기 딛고 복귀
우아한 귀족 아닌 여성 과학자 역할 선택
전국 공연 돌며 호평 쏟아져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3년의 긴 공백기를 깨고 무대에 섰다. 뮤지컬 데뷔 이래 처음 겪는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김소현은 그간 맡았던 익숙한 역할이 아닌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그가 '마리 퀴리'를 택하면서 또 다른 도약이 이뤄졌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2020년 재연 이후 3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부산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를 거쳐 11월 서울에서 개막했으며, 약 세 달 간의 공연 기간 동안 관객 평점 9.7점(인터파크 티켓 기준)을 기록했다. 이처럼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마리 퀴리'의 흥행에는 김소현의 열연이 있었다.

'마리 퀴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마리 퀴리의 삶을 소재로 한 한국 창작 뮤지컬로 폴란드·영국·일본·중국으로 진출하며 글로벌 K-뮤지컬로 거듭나며 3년 만에 한국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 김소현은 여성 이민자라는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 맞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고 최초로 노벨상을 2회 수상한 과학자이자 한 인간이었던 마리 퀴리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또한 김소현은 스스로를 당당히 빛내며 자신의 이름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마리의 여정을 단단한 음성과 연기력을 토대로 표현했다.

김소현은 그간 예능, 드라마 등 무대를 넘어 브라운관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며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 2021년 '팬텀' 이후 약 3년여간의 뮤지컬 공백기를 가졌던 김소현의 복귀는 팬들의 큰 기대감을 모았던 터다.

물론 공백기 내 김소현이 활동을 쉰 것은 아니다. 제67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뮤지컬 갈라 콘서트 등 다양한 무대에 서면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만 김소현의 높은 음역과 소프라노 발성을 사랑했던 팬들은 그의 뮤지컬 복귀를 손꼽아 기다렸다. 이에 다시 본업으로 돌아온 김소현을 향해 박수갈채가 쏟아지고 있다. 그의 복귀가 '팬텀'의 크리스틴 다에, '모차르트!'의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롯해 엘리자벳 안나 카레니나 등 주로 화려한 귀족, 왕족 등을 맡았던 것과 다른 행보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 김소현은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누군가의 딸, 엄마, 부인 등 마리 퀴리의 이야기가 제게도 공감이 많이 됐다"라면서 이유를 밝혔다.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익숙한 배역을 맡으며 익숙한 연기를 해낸다. 이와 달리 김소현은 여러 선택지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발성 자체를 바꿨다는 점 역시 호평을 받았다. 김소현은 각고의 노력 끝에 트레이드 마크인 성악 발성이 아닌 힘 있는 진성 발성으로 목소리를 변화시켰고 인물의 감성을 더욱 세세하게 전달했다.

연기적으로도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김소현은 새로운 페이지를 펼쳤다. 우아한 드레스가 아닌 허름한 옷을 입고 머리를 질끈 묶은 그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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