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비율 낮아" "39만 건 언제 다 보나"... 투자자도 은행도 불만

입력
2024.03.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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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DLF·라임 대비 후퇴"
은행 "만기 안 온 고객은 어떻게"
전문가 "내부통제 책임 더 물어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기준안에 대해 투자자도 은행도 불만족한 기색이 역력하다. 투자자는 "배상비율이 후퇴했다"는 입장이고, 금융사 특히 은행은 개개인의 배상비율을 정하는 게 난제다.

11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실질적인 기본배상비율은 최대 50%다. 기본배상비율(적합성 원칙·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에 공통가중비율을 더한 수치다.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사태 때는 각각 최대 65%였다.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묻는 공통가중비율이 25%에서 10%로 15%포인트 줄어든 결과다. 금감원은 배상비율이 DLF(20~80%) 때보다 낮은 20~60%에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DLF 사태 때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및 내부통제 강화를 전제로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허용했다. 재범자는 가중 처벌이 인지상정인데 되레 형량을 낮췄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예 배상을 못 받을 확률도 높다"는 지적이다. 투자액이 클수록 배상을 덜 받도록 했는데, 배상비율이 차감되는 투자액 기준이 5,000만 원으로 DLF·라임(각 2억 원)보다 현저히 낮아서다. 타 금융사 고객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기타 조정(±10%포인트)도 세분화할 것을 주문했다.

은행은 건건이 배상비율을 정하는 게 가장 난감하다. H지수 ELS 판매 계좌는 총 39만6,000개(18조8,000억 원)인데 39만 개가 개인 계좌다. 한 은행 관계자는 "배임 등 법적 검토도 해야 하고, 답이 나와도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는데 사외이사 교체철이고, 만기 전인 고객도 있고, 여러 가지가 맞물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상비율이 높다는 불만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 투자자는 15%포인트가 가산되는데, 은행은 고령 투자자가 많다(6만 계좌, 24.9%). 20회 넘게 가입해야 배상비율이 차감되는 부분도 납득이 어렵다"고 밝혔다.

"내부통제 부실 책임 더 물었어야"

전문가들은 은행의 불완전판매 책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 사이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는 평가다. 이전 대비 배상비율이 낮은 것은 ELS가 20년 역사를 지닌 대중화한 공모 상품인 데 비해, DLF와 라임은 상품 설계에 문제 소지가 있는 사모펀드라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풀이한다.

다만 내부통제 책임을 더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최선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은행이 '신탁' 상품으로 팔았다는 점에서 공통가중비율이 아쉽다"고 말했다. "신탁 상품에는 '판매 이후에도 수익자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선관주의 의무가 매우 높게 부과돼 있는데, 조직적으로 소홀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실장은 "(내부통제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고, 추후 분쟁조정위원회에 대비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판매 건에 대해서는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해야 배상안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조치도 당부했다.

이날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죄송하고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소비자 중심의 영업 문화를 위해, 특히 내부통제 구조와 실천이 실질화하도록 연합회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자산관리 관점에서 고객 선택권이 좁아지지 않게 노력하겠다"며 '은행이 고난도 금융상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에둘러 물리쳤다.

윤주영 기자
곽주현 기자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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