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가입자 불완전판매 확인되면 70% 배상"…ELS 배상 기준 발표

입력
2024.03.11 10:00
금감원, 판매사 검사 결과 불완전판매 확인
위반 여부에 따라 0~100% 배상 가능
개별 투자자 분쟁조정 절차 진행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을 11일 발표했다. 가입 유형 및 상황에 따라 손실액에 대해 한 푼도 배상을 못 받은 경우부터 손실액 전액을 보상받는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11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 ①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②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③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정성향 투자자에게 고난도 상품 판매 유도


일부 판매사는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도 오히려 영업목표를 상향했으며, '손실감내수준 20% 미만' 등 고난도 장기위험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판매시스템을 설계했다. '원금 보전', '예금 선호' 등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 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고 답하도록 요청한 사례도 확인됐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배상비율을 정할 수 있는 분쟁조정기준을 제시했다. 배상비율은 판매자별 요인(23~50%)에 투자자별 요인(±45%)을 반영한 뒤 기타 조정요인(±10%)을 접목해 결정된다.

판매자별 요인에서는 판매사의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기본 배상비율을 20~40%로 정했다. 여기에 불완전판매를 확대한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포인트, 증권사는 5%포인트를 가중한다.

투자자별 요인에서는 고령자 등 금융 취약계층 보호 소홀, 자료 관리 부실 등 각 투자자에 대한 판매사의 절차상 미흡사항을 고려해 판매사 책임가중 사유를 배상비율에 가산(최대+45%포인트)하고, ELS 투자 경험(가입 횟수, 금액 등), 금융 지식수준 등 투자자 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차감(최대 -45%포인트)해 결정한다. 일반화하기 곤란한 내용이 있는 경우 기타 조정요인으로 반영한다. 배상 비율에 대해선 판매자나 투자자 일방의 책임만 인정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ELS 투자 경험 있을 경우 배상 비율 차감


예컨대 80대의 초고령자 H씨가 은행에서 ELS 상품 5,000만 원을 가입할 당시 은행의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사실이 발생했다면 손실액의 70% 수준의 배상이 예상된다. 반면 30대의 I씨는 은행에서 ELS 상품 4,000만 원을 가입할 당시 은행의 적합성 원칙 위반 등 불완전판매 사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액의 45% 수준의 배상을 받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개별 투자자 배상비율은 이번 조정기준안을 토대로 산정되며, 금감원은 신속하게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각 판매사가 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을 실시할 수 있다"며 "판매사가 자율배상을 실시해 조속하고 원활하게 배상이 이루어져 판매사-투자자 간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H지수 ELS 판매 잔액은 18조8,000억 원(39만6,000계좌)으로, 전체 잔액의 80%인 15조1,000억 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2월까지 2조2,000억 원의 만기가 도래했으며, 이 중 손실 금액은 1조2,000억 원이다. 현재 지수가 유지된다면 추가 예상 손실 금액은 4조6,000억 원에 달한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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