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격전지서 대충돌… “독재자와 친해” vs “사이코” 비방전

입력
2024.03.1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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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선 때 '1만2000표 차' 조지아서 접전
'반민주주의' '이민자 문제' 놓고 상호 난타전
"트럼프, 여론조사 앞서지만 자금력 뒤처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11월 대선의 승부처 중 한 곳인 조지아주(州)를 9일(현지시간) 나란히 찾았다. 지난달 29일 동시에 텍사스를 방문해 선거 유세를 벌인 뒤, 또다시 한날 같은 지역에서 재격돌한 것이다. 사흘 후 조지아에서 실시되는 각 당 경선에 대비한 행보지만, '슈퍼 화요일'이었던 이달 5일 사실상 대선 후보 자리를 각각 예약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 주도인 애틀랜타에서 집회를 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지아 내 공화당 강세 지역인 '롬'을 찾아 선거 유세를 진행했다. WP는 "결투 집회(dueling rallies)였다"고 표현했다.

바이든 "트럼프, 권위주의 깡패들에게 아첨"

조지아는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약 1만2,000표(0.23%포인트) 차이로 승리한 격전지다. 작년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기소된 지역이자, 지난달 22일엔 한 여성이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에 의해 살해된 곳이기도 하다. 두 사람으로선 반드시 이겨야 할 승부처이자, 각각 경쟁자의 약점인 '반(反)민주주의'와 '이민자 정책'을 쟁점화하기에 적합한 장소다.

실제 이날 바이든 대통령 유세장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범죄인 인상착의 기록 사진)을 촬영한 풀턴카운티 교도소에서 몇 ㎞만 떨어져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만난 것을 문제 삼았다. 유럽 내 대표적 친(親)러시아 인사이자, 14년간 장기 집권 중인 오르반 총리와 가깝게 지내는 점을 공격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누구와 어울리는지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며 “트럼프는 전 세계 독재자와 권위주의 깡패들에게 아첨하고 있다”고 바짝 날을 세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우호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태도도 함께 공격한 셈이다.


트럼프 "살인자에 사과? 나는 '불법 이민자'로 부른다"

같은 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발생한 살인 사건을 집중 거론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이 사건과 관련,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인 탓에 좌우 양측에서 비판받는 상황을 파고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의회 국정 연설(연두교서) 당시, 용의자를 두고 '불법 이민자'라는 표현을 썼는데 진보 진영에서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일엔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튿날인 9일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미등록 이민자’로 지칭해야 했다”며 결국 사과했다.

이날 선거 유세장에 이 사건 피해 여성의 부모를 초청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살인자에게 사과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그러면서 “나는 ‘불법 이민자’라고 말한다”며 차별성을 부각했다. 전날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언급하며 “그는 사이코”라는 막말까지 퍼부었다.

바이든 "나는 젊은 사람은 아냐"... 고령 논란 정면돌파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개한 대선 광고에서 “나는 젊은 사람은 아니지만, 미국인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고령 리스크 정면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대통령의 임무가 트럼프를 보살피는 것으로 믿는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4%포인트가량 뒤지는 상황이 이어지자,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 전날 격전지 선거 운동에 향후 6주간 3,000만 달러(약 396억 원)를 쏟아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해 1월 기준 트럼프 캠프가 보유하던 선거 자금 총액인 3,050만 달러(약 402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캠프는 여론 조사에서는 밀리지만, 선거 자금 측면에서는 크게 앞서고 있다”고 짚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