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이 사랑했던 돼지화가 '피그카소', 8세에 세상 떠나

입력
2024.03.10 13:00
농장동물이 겪는 만성 관절염 앓아 
"역사상 가장 성공한 비인간 예술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돼지화가 '피그카소'(pigcasso)가 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작품으로 수백만 달러를 팔아 세계적으로 알려진 그림을 그리는 돼지 피그카소가 만성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다 사망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이 6일 보도했다. 피그카소는 유전자 조작, 변형 등으로 농장동물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관절염을 앓아왔는데 지난해 9월부터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두 뒷다리의 움직임에 장애가 생겼다.

피그카소는 2016년 한 돼지농장에서 태어나 생후 한 달쯤 도축되기 전 동물단체 팜생크추어리 SA를 운영하는 조앤 레프슨에게 구조됐다. 레프슨은 "피그카소가 우연히 헛간에 있던 붓을 좋아했다"며 피그카소가 그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아봤다고 한 바 있다. 그는 피그카소가 물기 쉬운 붓과 무독성 물감을 구해 피그카소의 작품 활동을 도왔다.

국내에는 2021년 피그카소의 작품 '야생과 자유'가 독일의 한 투자자에게 약 3100만 원에 판매돼 동물이 만든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알려졌다. 또 세계적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은 강연에서 돼지의 똑똑한 사례로 제시(본보 2023년 7월 1일 보도)해 왔고 직접 팜생크추어리 SA를 찾아 강연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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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카소는 돼지(pig)와 피카소(Picasso)를 합친 말로 2019년 한 남아공 전시회에서 피카소와 화풍이 비슷하다는 칭찬을 들은 이후 얻은 별명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작품에 코로 찍은 '낙관'이다.

데일리메일은 "피그카소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비인간 예술가로 살았다"며 "그의 작품은 그의 뛰어난 창의력과 지성에 대한 증거일 뿐 아니라 팜생크추어리 SA를 유지하고, 다른 자선단체들을 지원하는 데 기여해왔다"고 평가했다.

레프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그카소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동물 복지에 영감을 주는 피그카소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 많은 슬픔이 있지만, 우리는 또한 그가 만들어낸 변화를 기린다"고 전했다. 이어 "피그카소의 존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농장동물도 우리와 같이 공감과 연민을 받을 가치가 있는 지각 있는 생명을 알릴 수 있었다"며 "그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 애정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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