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반발이 의대생과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33개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5시 비공개 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등 현안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달 6일 의대 증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장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이날 총회에서는 △의대생 ‘동맹 휴학’에 따른 유급 문제 △교수 사직 문제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1시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전공의 1만2,907명 중 계약을 포기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한 자는 1만1,985명(92.9%)에 달한다. 여기에 서울 주요 병원에서 전공의 공백을 메우던 전임의(전문의를 갓 딴 의사) 절반 가량이 재계약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병원을 떠나고 있고, 집단휴학, 수업거부 같은 의대생들의 단체행동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당직 등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며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미 개별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 교수 등으로 구성된 울산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긴급 총회에서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정했다. 경북대 의대 학장단 교수 14명도 일괄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오는 11일에는 서울대 의대 소속 전체 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충남대병원 비대위가 7~8일 전체 교수 3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교수 93%가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등 사법 조치를 당하면 겸직해제·사직서 제출 등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업무개시(복귀) 명령에도 의료 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에 대한 면허 정지 처분 수순을 밟고 있다. 복지부는 이달 5일부터 ‘미복귀’ 전공의를 대상으로 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내주 초 근무지 이탈 전공의 1만여 명 모두에게 사전통지서가 발송될 예정이다.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는 이달 25일까지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복지부는 이 같은 당사자 소명 절차를 거쳐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