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모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외압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출국금지가 된 상황에서 호주대사로 임명된 것을 두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 지장이 없다면 그렇게 내보내려고 무리수를 두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한 나라의 대사로 파견하는 것은 굉장히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인사권 아니냐"며 "이걸 이런 식으로 남용한다는 전례를 기억하지 못하겠다.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대령이 이틀에 걸쳐서, 특히 두 번째 조사 때는 아침 9시에 들어가서 다음 날 새벽 2시에 나왔다"며 "그 정도로 굉장히 확인해야 될 부분이 많은데, 이 전 장관은 중요 피의자인데 4시간이면, 그거 가지고 뭘 확인할 수 있겠냐"고 문제제기 했다.
또 "공수처에서 출국금지를 했다는 것은 수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건데 4시간의 수사로 그게 해제될 수 있냐"며 "그럴 거면 출국금지할 이유도 없었던 거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출국금지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대 피의자라 인사상 결함이 있기 때문에 한 국가를 대표하기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며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라고 가정해 보면 답은 뻔하다. 그런 분을 한 국가의 대사로 임명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부임하고 나면 수사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냐는 질의에 "수사는 핸드폰 포렌식과 각종 객관적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하는 거기 때문에 다소 지체는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공수처가 수사를 못하거나 그럴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신병처리에 상당한 부담을 가질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외국 대사로 나가 있다면 구속영장을 청구해 영장실질심사를 하는 것 등이 엄청난 외교적 파장까지 가져오기 때문에 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내보내는 거 아니겠냐"며 신병처리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해외 대사에 임명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공수처는 박 대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뒤 임성근 해병대 1사단 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에 이첩한 것을 이 전 장관이 부당하게 회수·재검토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전날 오전 9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이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