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둘러싼 '총선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의례적 업무보고에서 벗어나 전국 곳곳에서 국민과 함께하려는 취지라지만 △횟수가 너무 잦고 △선심성 공약이 많고 △장소가 총선 승부처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앞서 문재인·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교해 윤 대통령의 경우 '역대급'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총선을 치르는 해에 윤 대통령(2024년)과 문재인(2020년)·박근혜(2016년) 전 대통령의 전국 행보를 7일 분석한 결과, 윤 대통령은 1월 4일부터 이날까지 17차례 민생토론회에 참석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강릉 지역 청년과의 대화(1월), 육영수 여사 생가 방문(2월)을 더하면 공식 일정만 20회에 달한다. 단순한 정부 기념식 참석을 제외한 수치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4월 총선 전까지 경기 평택항 방문(1월 3일)을 시작으로 수도권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0곳을 찾았다. 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의료진 격려와 방역을 강조하는 차원이긴 했지만 총선 직전까지도 경북 구미산단(4월 1일), 강릉 화재현장(4월 5일), 인천공항(4월 7일) 등을 방문해 “코로나19 행보를 가장한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연초부터 총선까지 10회가량 전국을 돌았다. 경제를 주제로 대전·전북·부산·대구·충북에 위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따라 찾아 “표심 결집을 위한 행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6일 국무회의에서 “남은 과제들이 많고 앞으로 계속될 민생토론회에서 새로운 문제도 많이 듣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총선 전까지 최대 8회 안팎의 일정을 추가로 소화할 예정이다. 총선을 앞두고 역대 대통령 가운데 단연 현장 방문 횟수가 가장 많다.
더 큰 문제는 내용이다. 총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 지역 숙원사업을 직접 발표하며 여론의 주목을 끄는 경우가 상당수다. 정부 부처나 해당 지자체에 맡겨도 될 사안을 윤 대통령이 '해결사'를 자처하며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재개발 관련 규제 해제(경기 고양) △622조 원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수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정부 인천) △가덕도 신공항(부산)이 대표적이다. 정치인들이 유권자와 접촉면을 넓히는 단골 장소인 지역 전통시장 방문도 여섯 차례 이어졌다.
진행 방식도 민생토론회라는 명칭과 거리가 있다. 다양한 의견을 내고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해법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가령, 경남 창원 토론회에서 정부부처 사무관이 소형모듈원자로(SMR) 지원 정책을 언급하며 "올해도 집에 빨리 들어가긴 힘들 것 같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웃으며 "산자부 장관이 경남의 아들을 원전 복원 주무과에 잘 배치를 한 것 같다"고 지역색을 묻혀 답하는 식이다. 기업인들의 민원에 해당부처 관계자가 “불이 꺼지지 않는 정부가 되겠다”고 강조하자 참석자들이 환호하는 경우도 있었다.
장소마저 편중됐다. 민생토론회는 경기(8회), 영남(4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총선 승리를 위해 주요 공략 대상으로 꼽히는 곳이다. 반면 호남에서는 아직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과거 정부에 비해 (대통령이 지방을 찾는) 빈도가 잦고 공약의 규모가 큰 데다 공교롭게도 일부 지역은 소외되는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근거 없는 비판'이라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 (공약이) 자발적인 민간 투자 또는 민자 사업으로 진행돼 중앙 재정과는 무관하다"며 "중앙 재정 투입은 전체 투자금액 대비 10%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육비 선지급제, 청소년에게 속아 술·담배를 판매한 자영업자의 처벌 면제를 거론하며 "국민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GTX와 관련, "실제 준공은 윤 대통령 임기 이후"라며 "근시안적 사고로 비판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