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관을 준비하라. 99개는 부패한 자들, 나머지 하나는 나를 위한 것이다."
1998년부터 4년간 중국 총리를 지낸 주룽지가 한 말이다. 그는 부정부패 척결과 국유기업 개혁,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통해 중국을 글로벌 경제 무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총리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이 전 세계의 이목을 받게 된 것도 그로부터였다. 평소 접근이 힘든 중국의 2인자가 직접 내외신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하는 2시간 안팎의 생방송은 중국이 열려 있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 “14억 명 인구 중 6억 명은 월 수입이 1,000위안(약 18만 원)에 불과하다.”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당시 리커창 총리가 한 말도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시진핑 주석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약 1,300만 원)를 넘었다며 자화자찬하던 상황에서 실제로는 절반 가까이가 빈곤층이라며 찬물을 끼얹은 리 총리의 언급은 충격이었다. 한때 국가주석 1순위로 거론되던 그는 중국공산당 내 파벌 경쟁에서 시진핑에게 밀려 결국 2인자인 총리에 그쳤고 이후에도 줄곧 시 주석의 견제를 받았다. 지난해 3월 퇴임 당시 남긴 “사람이 하는 일, 하늘이 보고 있다”는 말은 시 주석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그리고 7개월 후, 그가 돌연 심장마비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향년 불과 68세였다.
□ 30여 년 이어진 중국 총리의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이 돌연 폐지됐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이 공고해지면서 중국 2인자가 설 무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시 주석 비서실장 출신인 현 리창 총리에게 2인자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2022년 당 대회 때 후진타오 전 주석을 회의석상에서 끌어낼 때부터 불길했다. 더 이상 중국에 2인자는 없다.
□ 그동안 개혁개방으로 성장해 온 중국이 다시 문을 닫고 담을 쌓고 있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제시하면서도 국방비는 7.2%나 늘린 1조6,700억 위안(약 310조 원)으로 책정한 대목도 심상찮다. 시 주석 1인 독재 체제로 가는 중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기회와 위험을 세심히 살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