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보수 공사와 관련한 교통체증 민원에 시달리던 경기 김포의 9급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할 일을 했을 뿐인 이 공무원은 감당하기 힘든 항의 민원 폭주와 신상털이식 괴롭힘의 대상이 됐다고 한다. 민원에 시달리는 공무원을 상사와 조직이 얼마나 보호하려 노력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불편은 조금도 참지 못하는 ‘분풀이 사회’에 대한 자성도 뒤따라야 한다.
지난 5일 오후 인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김포시 주무관 A(3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시에서 도로 관리 및 보수 업무를 맡았던 그는 이번 겨울 잦은 폭설로 도로 제설 민원, 이후엔 포트홀(도로 파임) 민원, 최근엔 김포한강로 포트홀 노면 보수공사에 따른 교통체증 항의 민원에 시달렸다.
특히 김포 지역 부동산 정보 인터넷 카페엔 A씨의 실명과 소속 부서, 유선 전화번호까지 올라오고 악성 댓글이 달렸다. 4일 하루에만 항의 전화가 50통 넘게 빗발쳤다고 한다. A씨는 동료들에게 “시민들이 무섭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A씨가 사망한 후에야 카페 운영자는 “신상털이나 마녀사냥식 글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사과했고, 김포시도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다. 상사와 조직이 A씨가 당한 괴로움에 제대로 대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에서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다. 학부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사망한 초등학교 교사 사건과 무엇이 다른가. 하급 공무원을 감당 못할 ‘민원 총알받이’로 내몰지 말고, 악성 민원에서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인터넷 플랫폼과 협의해 신상털이식 마녀사냥과 사적 제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A씨는 회사에 다니다 공무원이 된 지 1년 6개월 된 늦깎이 신입 주무관이었다고 한다. 박봉에도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을 그의 죽음 앞에, 공무원을 손쉬운 분풀이 대상으로 여기는 이들 모두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