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가 있거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현역의원의 88%가 4·10 총선에서 정당 공천 심사기준을 통과했다는 시민단체 분석 결과가 나왔다. 공천 부적격 기준이 너무 관대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강도 높은 현역의원 물갈이를 예고하며 공천 부적격 배제 적용 기준을 추가 발표했으나, 양당 모두 부적격자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전과 경력자와 재판을 받는 사람, 또 형을 확정받은 21대 의원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32명과 더불어민주당 49명 등 81명이 결격 사유에 해당됐다.
이중 87.7%(71명)는 양당의 자체 공천 심사기준을 충족했고, 심사로 걸러진 10명조차도 수감 중이거나 징역형이 확정돼 출마가 불가한 경우를 빼면 후보로 출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과거 강도상해로 징역 42개월을 선고받고도 경기 군포시 지역구에 출마한 이학영 민주당 의원, 폭력행위에 따른 집행유예가 확정됐지만 울산 중구에 출마한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또 양당의 공통 부적격 기준인 △강력범죄 △뇌물범죄 △선거·정치자금범죄 △재산범죄 △성범죄 △음주운전 등 6개 범죄를 저지른 현역 의원은 민주당 39명, 국민의힘 20명이었으나, 걸러진 사람은 각각 8명, 2명뿐이었다.
단체는 적용이 까다로운 배제 기준과 수많은 예외 조항을 평가가 관대할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짚었다. 가령 음주운전은 ‘윤창호법 시행 이후’로 기준을 두거나, 강력범죄에 연루됐더라도 미성년일 때 범죄나 금고 및 집행유예 미만의 형을 받았으면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식이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은 “거대 양당의 공천 부적격 심사기준은 성긴 그물코로 얼기설기 만든 그물처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천 기한을 최소 60일 전으로 제한을 둬 후보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