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11%, 기업이사 6.7%만 여성... 여전한 유리천장

입력
2024.03.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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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날 돌아본 성별 고위급 격차>
법원장급 법관 8.3%만 여성
국립대병원·빅5병원장 모두 남성

고위공무원의 11%, 법원장급 법관의 8.3%, 상장기업 등기이사의 6.7%, 17개 국립대병원과 5대 상급종합병원(일명 '빅5 병원') 병원장 중엔 0명.

세계 여성의 날(8일)에 돌아본 한국 사회 주요 분야의 고위직 여성 비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 임금격차 1위라는 오명이 27년째 이어지는 동안, 고위직을 남성이 독차지하는 현실 역시 크게 바뀐 게 없었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공공부문 전반에 여성 진출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인사혁신처가 낸 '공공부문 통합인사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공무원의 비율은 2022년 49.2%였다. 2010년 41.8%에서 매년 증가해 50%에 근접한 것이다. 외무직에선 여성 공무원이 2015년 31.1%에서 2022년 42.6%로 늘었고, 여성 검사도 27.8%에서 33.6%로 늘었다. 남초 현상이 심한 편인 경찰공무원도 같은 기간 여성 비율이 9.7%에서 14.5%로 증가했다.

하지만 고위급으로 가면 여성 비율이 확연히 낮다. 2022년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및 과장급 공무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각각 11.2%와 26.4%에 그쳤다. 정부는 2027년까지 적용되는 '제3차 공공부문 성별대표성 제고 계획'에 따라 여성 고위급을 늘릴 방침이지만, 2027년 목표 비율은 고위공무원 13.5%, 과장급 30%로 절반에 한참 못 미친다.

사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원장급 법관 48명 중 4명(8.3%)만 여성이었다. 이 비율은 2014년 7%에서 2021년 14.3%로 증가했다가 도로 감소했다. 입법부 역시 각 정당의 여성 후보자 공천 노력 부진으로 다음 달 치러질 22대 총선에서도 여성 의원 비율이 10%대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총선 예비후보자 1,553명 중 여성은 243명(15.6%)에 불과하고, 거대 양당이 공천한 여성후보 비율도 이와 비슷하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는 전체 후보자의 16.2%, 당선자의 17%만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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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은 여성 고용 비율부터가 40%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낸 고용노동백서에 따르면, 2022년 민간 기업의 여성 고용 비율은 39.6%였고 여성 관리자 비율은 24.1%였다. 여성 임원은 희소한 수준이다. 한국ESG기준원이 지난해 1분기 2,342개 상장기업 전체의 등기이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여성 이사는 848명으로 전체의 6.7%에 불과했다.

의료계도 고위직으로 갈수록 남성 중심 구조가 공고하다. 지난해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의대생 중 35.2%가 여성인 데 비해 의대 전임교수 중 여성 비율은 20.3%였다. 국립대병원(서울대병원 포함) 본원 10곳과 분원 7곳은 병원장이 모두 남성이다. 서울대병원과 함께 빅5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의 병원장도 전부 남자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