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겠지만, 현재 상승세는 별다른 이유 없이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점에서 추격매수에 주의하라는 당부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금 선물(4월 인도분) 가격은 온스당 2,158.2달러로 마감했다. 4일 사상 처음 2,100달러를 돌파한 이후 사흘 연속 상승세다. 종가 기준으로는 1일부터 4거래일 연속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도 1g짜리 금 현물이 5일 9만 원을 넘긴 이후 7일 9만2,330원에 거래됐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금값 상승을 견인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경제가 예상 경로로 움직인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현재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되돌리는 완화책을 시작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로 지속 가능하게 움직인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 전까지 금리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금시장 참가자들은 연내 금리인하를 재확인했다는 데 의의를 뒀다.
연준이 금리인하를 예고한 만큼 장기적으로 금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금리인하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달러 대체제인 금값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은행(IB) 씨티은행은 3개월 내 금값을 온스당 2,200달러로, 6~12개월 내는 2,300달러로 전망을 상향했다. 2분기 경기침체 위험이 '안전자산' 금값에 유리할 수 있다는 언급도 덧붙였다.
하지만 연준 금리인하 시점이 하반기 이후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금 상승세가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승 배경으로 언급되는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어서 쏠림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 미국 경기판단에 유의미한 변화도 없고,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논의는 금 약세 요인으로 꼽으면서 "가격 급등을 뒷받침할 만한 매크로(거시) 이벤트는 부재했다. 단기 과매수 상태에 대한 되돌림(으로서) 약세장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은 투자가 아닌 위험 회피(헤지) 수단이라며 "현혹되지 말라"는 조언도 등장했다. 개인투자자를 대변하는 투자이론가로 불리는 윌리엄 번스타인은 이날 미국 CNBC 방송에서 금을 주택 보험에 비유하며 "주택 보험은 화재가 났을 때 높은 수익을 내지만, 평상시에는 보잘것없는 수익이 발생한다"며 "금을 사더라도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