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효과? 지난해 산재 사망자 첫 500명대로 감소

입력
2024.03.07 15:30
산재 현황 통계, 중대재해법 시행 후 사망 사고 감소세
고용부 "중대재해감축 로드맵, 경기 부진 등 복합적 원인" 
노동계 "법 적용 엄격히 했다면 사망자 더 줄었을 것"

지난해 일터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가 598명으로 집계됐다. 산업재해 사망자 규모가 연간 500명대로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건설 경기 악화 등이 사망자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규모 건설 현장에선 사망자가 늘어 ‘안전 불감증’은 여전했다. 정부가 중대재해법 적용에 보다 적극적이었다면 산재 사고가 더 줄었을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7일 고용노동부의 2023년 산업재해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598명, 건수로는 584건이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022년 사망자 644명 대비 46명(7.1%) 줄어든 수치다. 2021년 산재 사망자 683명까지 고려하면 2년 연속 사망자가 줄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사업자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를 성실히 하지 않아 발생한 산재를 말한다.

규모별로 보면 노동자 50인 이상(건설업은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 244명이 사망해 전년보다 12명 감소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사망자는 354명으로 역시 전년 대비 34명 줄었다. 이 기간 업종별 사망자는 건설업이 341명에서 303명, 제조업이 171명에서 170명, 기타 업종(농업 임업 서비스업 등)이 132명에서 125명으로 각각 줄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단순 사고’로 인한 사망이 줄었다. 떨어짐(268명→251명), 끼임(90명→54명), 깔림ㆍ뒤집힘(44명→43명) 등이다. 2명 이상이 사망한 ‘대형사고’도 2022년 20건(53명 사망)에서 지난해 13건(27명 사망)으로 감소했다.

다만 50인 이상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는 122명으로 전년보다 7명 늘었다. 실제로 지난해 DL이앤씨ㆍ현대건설ㆍ롯데건설 등 유력 건설사에서 다수 사망자가 발생해 고용부의 ‘현장 집중 감독’ 대상에 올랐다. 사망자 60%가 중소기업(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80%는 건설ㆍ제조업에 집중되는 경향도 전년과 다름없었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이 산재 사망 감소에 미친 영향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전반적인 경기 여건, 정부의 중대재해감축 로드맵 추진 효과, 산재 예방 예산 확대 등 다양한 요인이 사망자 감소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건설 착공 규모가 전년도 대비 24% 줄어드는 등 건설 경기 부진이 산재 감소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고용부가 중대재해법을 소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전문가네트워크 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기업이 안전 조치를 제대로 안 하면 중대재해법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갖게 한 것만으로도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실제로 법 제정 이후 사망자가 줄었는데도 고용부는 사망자 감소에 다른 이유를 대며 법 효과를 소극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고용부는 앞서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 때도 "기업이 준비가 안 됐다"며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

정부가 중대재해법을 엄격하게 적용했다면 산재 사망 규모가 더 줄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 2년 동안 600여 곳이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31곳이 기소돼 1곳만 실형(한국제강)이 선고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중대재해법이 시행되었으나 지지부진한 수사, 기소, 처벌로 사고 사망의 감축이 실질적으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중대재해법의 엄정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