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압박'에 여전히 휑한 캠퍼스···25학년 신입생들, 의대 분위기 바꿀까
"신입생은 아닌데···, 그 이상은 말씀 드리기 어려워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관 내 1, 2 강의실. 수업을 듣기 위해 등교한 소수의 학생들은 내부의 집단 휴학 강요 분위기를 의식한 듯 발언을 극도로 꺼리며 자리를 피했다. 신입생과 재학생들로 붐벼야 할 의대 건물 일대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했고, 기자가 찾은 두 곳 대형 강의실에는 각각 10여 명의 학생만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전국 의대 다수가 통상의 1, 2월 개강보다 일자를 미뤄 3월 새 학기를 시작했다. 올해도 의대생 집단 휴학 사태가 지속되면서 캠퍼스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재학생이 복귀하고, 의대 증원 혜택으로 입학한 25학번 신입생들이 합류하면서 조심스럽게 변화의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날 개강을 맞이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의대 캠퍼스 역시 새학기가 무색할 만큼 재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매점과 복도 등엔 교직원과 학내 청소·경비 노동자만 오갈 뿐 재학생은 거의 없었다. 연세대 의대 구관에서 진행된 1, 2학년 수업엔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학생 10여 명이 전부였다. 3학년 강의실 앞 시간표에는 오전 8시부터 강의가 진행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뒷자리에 학생 대여섯 명의 짐만 놓인 채 텅 비어 있었다. 대구 중구의 경북대 의대 캠퍼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건물 외부에는 '교육 환경 보호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불이 아예 꺼져있는 실습실도 수두룩했다. 의대 신관 강의실 두 곳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수강생은 각각 1, 3명에 불과했다. 집단 휴학 압박 분위기 속에 수업을 들으러 온 의대생들은 취재진을 극도로 경계했다. 연세대 의대 건물 내에서 노트북 작업을 하던 한 학생은 "외부인 출입금지"라며 기자를 쫓아냈다. 한 서울대 의대생 역시 기자에게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 것 아니에요?"라고 물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의대 측도 휴학생 복귀 현황 등 관련 정보 일체를 함구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서울대 의대는 "신입생 중 휴학생 비율이나 복귀한 의대생 비율 등 현 상황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연세의료원 역시 "학생 수강 현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다만 학교 차원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을 상대로 복귀 상담을 진행하는 등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각 의대는 24·25학번이 동시 복귀할 가능성에 대비하며 개강 일정을 준비해 왔다. 경북대의대 측은 "의대 1학년 163명(현재 수강신청자 기준)에 대한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대 의대는 올해 정원이 155명인데, 작년 휴학한 24학번 중에서 일부가 수강신청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학기를 앞두고도 집단 휴학 동참을 강요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신입생들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연세대 학내 게시판 등에는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 인적사항을 특정해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교육부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연세대 의대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25학번 신입생이 학내 분위기를 거스르고 복귀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25학번 전체의 60%가량이 수강신청을 완료한 상태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은 "일부 대학에선 신입생 수강신청이 입학식 날에 이뤄지기도 한다"며 "(25학번 수강신청률은) 3월 초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1학년 1학기 휴학은 질병·병역·임신 등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불가한 만큼 신입생들이 수강 신청을 할 가능성은 높다. 다만 지난해에도 신입생들이 수강 신청 이후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이후 수업 참여까지 확신하긴 어렵다. 이런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의대 신입생의 휴학은 절대 승인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있고, 전국 의대 학장들도 이날 학생들의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학생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내고 "이미 초래된 1년간의 의사 양성 중지는 향후 의료계에 많은 부작용으로 드러날 것이고, 이를 1년 더 반복하기엔 사회와 여러분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며 "학생들이 현명한 판단으로 모두 학교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