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에 내린 눈과 비가 평년보다 2.7배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도 평년보다 2도가량 높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적 이상기후 상황을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기상청이 7일 발표한 ‘2023년 겨울철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겨울철 석 달 동안 전국 강수량은 236.7㎜였다.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래 겨울철 최다 강수량으로, 평년(1991~2020년 89.0㎜)의 2.7배 수준이다. 강수 일수 또한 31.1일로 역대 가장 길었다.
따뜻하고 습한 남풍 계열의 바람이 우리나라에 자주 유입되면서 강수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10~15일 많은 비로 강릉 91.2㎜(11일), 전주 63.8㎜(15일) 등 30개 지점에서 일 강수량 극값을 경신한 일이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18~21일 저기압 통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리고 곧이어 21, 22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쏟아진 일도 있었다. 이때 강원영동산지는 지형효과로 이틀간 50㎝ 넘는 눈이 내리기도 했다.
남풍은 겨울철 기온도 높였다. 지난겨울 전국의 평균기온은 2.4도로 평년보다 1.9도 높았다. 2019년(2.8도)에 이어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따뜻한 겨울이었다.
특히 지난해 12월 8~10일 사흘간은 광주 20.3도(10일), 대전 19.8도(9일) 등 전국 27개 지점에서 12월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했다. 12월 중후반과 1월 하순엔 북극 주변 찬 공기의 유입으로 한파가 발생했지만, 2월에는 다시 기온이 오르면서 서울의 일 평균기온이 12.0도(14일)로 역대 1위를 기록하는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일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다.
유난했던 겨울철 기후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인도양 해수면온도 상승이 꼽힌다. 따뜻해진 북인도양 지역에서 활발한 대류로 상층 고기압이 형성됐고, 이어 북동 방향으로 대기 파동이 전파돼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성 순환이 유도됐다. 이 순환이 한반도에 따뜻하고 습한 바람을 이례적으로 많이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겨울 미국은 한파와 폭우, 유럽은 이상고온과 이상저온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빈발했고 우리나라도 이상고온과 역대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며 “기후변화로 빈번해지는 이상기후에 대한 감시와 분석을 강화하고 극한기후 정보를 확대 제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