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던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공천에 대한 친이재명(친명)계 의원의 총평이다. 실제 눈엣가시 같은 비이재명(비명)계를 들어낸 자리에 원외 친명계 다수가 공천을 받았다. 애초부터 공천 가시권에 들어있지 못한 의원들까지 한데 묶여 반발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원하는 공천이 이뤄졌다는 게 당 주류의 평가다. 하지만 과정의 불투명한 측면 등 봉합하지 못한 공천 후유증이 본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공격 차원에서 경기 양평을 찾은 이 대표는 전날 공천 경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은 당원의 당이고, 국민이 당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이 대표가 "어젯 밤 놀랄 일이 벌어졌다"고 지목한 경선에서 박광온(3선·경기 수원정) 강병원(재선·서울 은평을) 김한정(재선·경기 남양주을) 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 의원 등 비명계 현역 의원 7명이 무더기로 탈락했다.
비명계를 들어낸 자리는 원외 친명계 핵심 인사들이 꿰찼다. 박광온 의원을 꺾은 김준혁 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대표 대학 동문으로, 조선시대 임금 정조를 이 대표에 비유한 책을 출판하는 등 대표적 '찐명' 인사로 꼽힌다. 은평을 공천이 확정된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친명 원외 핵심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상임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강원을 버리고 은평을에 출마해 지도부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지만, 공천까지 큰 어려움이 없었다. 비명계 전혜숙(3선·서울 광진갑)을 이긴 이정헌 전 JTBC 앵커는 2022년 대선 당시 서울 도봉갑에 전략공천된 안귀령 전 YTN 앵커와 함께 영입된 인사다. 이를 두고 친명계는 '사필귀정'으로 평가했다. 김성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다수 당원들의 뜻과 다른 행보를 했던 의원들이 당원들이 결정하는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원하는 공천으로 결론이 났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현역 의원 하위 20% 평가를 시작으로 밀실 공천, '비선' 여론조사 등 각종 불공정 논란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았다. 친명계 정봉주 전 의원과 결선투표를 치르는 박용진(재선·서울 강북을)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전날 1차 경선 결과에 대해 수치 하나 들은 바 없다"며 "당헌당규에도 없는 규정으로 안다"고 반발했다. 이에 당 관계자는 "추후 결선투표가 있는 경우 1차 경선 결과치를 공개 않는다"고 밝혔다.
시스템 공천을 자랑했지만, 스스로 오류를 인정한 석연찮은 과정도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를 보좌했던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의 전략공천 번복이 대표적이다. 서울 중성동갑에 도전장을 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배제한 명확한 이유나, 부산·울산·경남(PK)에서 대부분 활동한 류삼영 전 총경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한 명분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다.
당 내부에서는 공천 후유증이 본선 승부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미 공천 갈등으로 당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달 남짓 선거가 남았지만, 정권 심판론 외에 아직 뚜렷한 반등 요인도 보이지 않는다. 위기감은 공천 갈등이 상대적으로 심화됐던 수도권에서 더 크게 느껴진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이번 공천 국면에서 이재명 사천(私薦)이란 얘기를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선거 결과로 평가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