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5일 공개한 올해 과학기술 예산은 3,708억 위안(약 68조7,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0% 증액됐다. 우리나라 올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26조5,000억 원으로 중국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 예산은 지난해보다 15% 삭감돼 중국과의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국가별 기술수준 평가’에서 중국이 2022년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왔는데, 정부가 추격은커녕 투자를 줄인 것이다.
거꾸로 가는 과학정책의 결과 장기 프로젝트가 줄줄이 중단되면서, 기초과학 연구자의 중국 등 해외 연구소로 전직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대통령실도 “혁신 선도형 R&D와 관련해 3개 부처에서 5개 대표 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내년부터 혁신 선도형 R&D에 큰 폭으로 늘어난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를 관리할 협의체가 다음 주 중 출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장기 과학기술 프로젝트는 연구의 지속성이 중요해 올해에도 정부의 예산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이 영입한 과학자·기업인 출신 출마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필수 R&D 사업의 중단을 막기 위해 2024년 예산의 65%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추경을 통해 부족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도 “올해 삭감된 과학기술 R&D 예산에 대한 응급조치로 5, 6월 추가경정예산에 과학 예산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실은 “올해 예산 삭감은 R&D 투자시스템의 개혁 과정”이라며 “감축된 예산을 복원할 추경 편성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R&D 투자의 효율성을 재점검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효율성을 높이려다, 오랜 기간 공을 들인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유능한 과학자가 해외로 떠난다면 ‘목욕물 버리다 아이까지 버리는’ 꼴이다. 정부는 R&D 추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