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것은 2013년이다. 이후 두 차례 더 연임하며 3선에 이르렀다. 정 회장은 최근 위르겐 클린스만 해임 기자회견장에서 2025년 1월 4선 도전 계획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가맹 체육 단체 협회장은 원칙적으로 재선까지 가능하다. 3선 이후부터는 대한체육회 스포츠 공정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지난번처럼 단독 출마하게 된다면, 정 회장의 4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실제로 축구계에서는 차기 축구협회장에 나설 인물이나 세력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정몽규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과 해임, 경기 파주 트레이닝센터 재계약 불발에 겹친 충남 천안 축구센터 공사 지연으로 대표팀 훈련 공간을 찾지 못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축구팬들의 반발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할 의지를 가진 스타 축구인들이 축구협회 내에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외곽을 맴도는 동안, 비전문가 회장의 운영 방식은 협회 안팎의 별다른 저항 없이 더욱 체제를 공고히 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스만 감독 후임 찾기 과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 축구의 정점이라 할 대표팀 축구의 철학이나 방향을 재정립하기보다, 감독의 국적을 먼저 정하고 후임 찾기에 나서는 모습은 굉장히 실망스럽다. 전문가 여론의 반발을 인지하고 정식 감독 선임을 미루기로 급히 선회하며 시간을 벌었지만, 임시 감독 자리에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인 황선홍을 임명하며 우려를 더 키웠다. 황선홍 감독의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4월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종 3위 안에 들어야만 올림픽 본선에 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대회이며, 이를 위해 3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종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그런데 대표팀의 3월 월드컵 예선 2경기 임시감독을 황 감독에게 맡기면서, 올림픽 대표팀의 최종예선 준비는 감독 없이 치러지게 됐다. 어느 하나 상식적이거나 순탄하게 진행되는 법이 없는 정몽규 집행부의 조치는, 많은 축구팬들이 4선 반대와 퇴진을 요구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