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생긴 한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천장을 통해 용변 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9시쯤 아들과 함께 여주의 달맞이 축제에 다녀오는 길에 수동휴게소 화장실에 들렀다가 천장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A씨는 용변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기다리던 열 살 아들이 "천장에 아빠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천장을 올려다보니 자기 모습이 천장 유리에 선명하게 반사되고 있었다.
포천화도고속도로 수동휴게소는 지난 7일 새로 생겼다. 이 휴게소의 화장실은 햇빛이 잘 들어오도록 유리 천장을 설치했다. 낮에는 천장 유리를 통해 햇빛이 들어와 화장실 내부를 볼 수 없지만 밤이 되면 불이 켜진 화장실 내부가 유리에 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속 화장실은 수동휴게소 상행(포천방향) 남자화장실로 추정되지만, 상행 여자화장실은 물론 화도방향 화장실도 같은 구조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휴게소 이용객들이 남긴 후기를 보면 화도방향 화장실도 천장이 유리로 돼 있다.
화장실 유리천장은 건축 당시 건축사무소 설계에 따라 지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휴게소 운영사는 물론 화장실을 설계한 건축사무소도 비침 현상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요즘은 휴게소 화장실에 천장을 뚫어 빛이 들어오게 하는 자연친화적인 방식을 활용하는 추세여서 채광을 위해 유리로 천장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칫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누리꾼들은 "요즘은 화장실 몰래카메라 문제에 예민한데 설계자는 생각이 있는 거냐", "성적 수치심이 심할 것 같다", "채광도 중요하지만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건 큰일이다", "이 부분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할 수 있는 거 아니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휴게소 측은 화장실 유리 천장이 문제가 되자 내부가 비치지 않도록 즉각 조치했다. 수동휴게소 관계자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상하행 휴게소 화장실 모두 어제 유리 외부에 시트 작업을 했고, 오늘 중 내부 선팅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보도된 내용 외에 화장실 천장과 관련한 민원은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