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유럽 분열 ②전선 패퇴 ③징집 실패... '내우외환' 빠진 우크라이나

입력
2024.03.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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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녹취록 유출' 독일에 비공개 우려 전달
"독일 못 믿겠다… 국경 보안 높여야" 주장도
동부 전황 악화에 "참전 땐 죽음뿐" 징집 회피↑

우크라이나가 2년 전 러시아 침공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의 지원이 사실상 멈춘 가운데 유일한 ‘기댈 언덕’이었던 유럽마저 분열되고 있고, 최전선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국내에서도 범죄율이 치솟고 징집 논의가 난항을 겪는 등 내우외환이 극에 달했다.

'독 타우러스 지원' 녹취 공개 파장 지속

가장 큰 우려는 ①유럽 주요 국가 간 협력에 균열이 생겼다는 점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한 언론인이 최근 '독일 군 고위 장성들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타우러스 우크라이나 지원 대화' 녹취록을 공개한 사건과 관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독일에 비공개로 우려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각국 정부가 공개 비판은 삼가고 있지만, 독일과의 기밀 공유에 있어 경계심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특히 군 최고위 간부들이 암호화되지 않은 사설 플랫폼에서 동맹국의 군사 기밀을 논의했다는 사실에 나토 회원국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문제의 녹취록에는 영국 및 프랑스가 자국이 지원한 무기 운용을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군인들을 파견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고 한다.

익명의 나토 회원국 관계자들은 블룸버그에 “(비암호화 기반 대화는) 보안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사람이나 할 법한 비전문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라며 “독일을 중심으로 나토 국경 간 더 엄격한 (보안)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벤 윌리스 전 영국 국방장관도 영국 이브닝스탠더드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안보에 관한 한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나토 병력 우크라이나 파병' 언급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데 이어 독일발 분란이 이어지는 셈이다.

동부 방어선 또 뚫리는데 지휘부는 아래 탓

②우크라이나군 사기도 바닥나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동부 격전지 방어선이 재차 러시아군에 의해 무너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7일 동부 격전지 아우디이우카에서 패퇴한 이후 서쪽 인근 마을 세 곳에 방어선을 구축했는데, 러시아군이 이 마을들마저 일부 점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방어선이 건재하다며 점령 주장을 일축했다.

이 와중에 최종 책임을 져야 할 군 지휘부가 야전장교들을 탓하는 것도 불안 요소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신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지난주 “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동부 격전지 야전장교 일부를 교체하는 등 아우디이우카 패퇴 관련 질책성 발언을 쏟아냈다고 한다. CNN은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신호”라며 “최전선 장교들은 ‘러시아가 인력·탄약·장갑차 등에서 앞서고 있고 병사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후퇴 아니면 죽음뿐’이라고 좌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 나가면 죽는다" 징집 피하는 남성들

전황이 이렇다 보니 ③우크라이나 국내 사정도 악화일로다. 전쟁 피로감 및 치안 공백 영향으로 지난해 살인·폭행 등 강력 범죄율은 전쟁 이전인 2021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45만~60만 명을 추가 징집하겠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구상은 진척될 기미가 없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전투 (가능) 연령인 남성들은 군사 물자가 부족한 군대에 징집되면 확실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다”며 “징집은 러시아 공격을 방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계획 수립에 실패하고 있다”고 짚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