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행동에 반대하는 전공의·의대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만들고 익명으로 뜻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단일대오를 강요하는 의사 집단 내에서 사직·휴학을 반대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달 24일 개설된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다생의)라는 SNS 계정이 화제가 됐다. 해당 계정은 최근 불거진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전공의 모임으로, 집단행동 반대 의견을 SNS 메시지로 받아 소개하고 있다. 의료계 집단 내 색출을 막기 위해 익명으로 활동 중이다.
'다생의' 계정 운영자 A씨는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을 보면 지역의료나 공공의료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며 "그렇다고 전면적으로 이 정책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하는 의대생·전공의에게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양쪽에 비판 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낼 창구가 필요하다고 봤고, 다른 목소리가 있다는 것도 시민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다생의는 의료 집단 내의 강요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의대생의 경우, 집단 내에서 동맹휴학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색출해 낙인찍고 있다"며 "찬반을 논하기 전에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하고 선배들 지시를 기다려야만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비수도권 의과대학 본과생이라고 밝힌 한 의대생 역시 다생의 계정을 통해 "의대생들은 저학년 때부터 동료들과만 어울리며 폐쇄적인 세계관을 내면화해 다른 의견을 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휴학계를 내 손으로 제출했지만 사실 온전한 자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의료계 집단행동이 부적절했다고 자조하는 글도 올라왔다. 자신을 대학병원의 흉부외과 소속 전공의라고 소개한 B씨는 "세계의사회는 '의사 파업은 모든 대안이 실패했을 때의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시민과 병원 다른 의료진에게 의료 공백에 대응할 말미를 줘야 한다' 등 수칙을 명시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파업이라는 극약처방만이 답이었는지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의료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B씨는 "숫자만 늘리고 보자는 정책의 진의가 의심된다"며 "정말로 필수과와 의료 사각지대에 근무한 의대생과 의료인을 뽑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비급여를 규제해 필수의료 인력 유출을 막고, 누구든 주머니 사정과 관계없이 믿고 진료받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