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수'에 확 당겨진 한미 방위비 협상 테이블...1.5조에서 얼마나 더 오를까

입력
2024.03.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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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SMA협상 조기 착수
'트럼프 변수' 고려한 듯
협상 지연 따른 무급휴직 방지
소요형·총액형 두고 공방 예상

한미 양국이 2026년부터 적용될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 협상에 본격 착수한다. 당초 예상보다 빠른 일정이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에 따라 방위비분담금이 결정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대비한 조처라는 해석도 나온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서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정하는 협정이다. 미군이 한국에서 고용하는 근로자 인건비, 군사건설 및 방위증강사업비, 군수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사용되는 분담금이다. 한미 양국은 가장 최근인 2021년,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적용되는 11차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은 통상 기한 만료 1년 정도를 앞두고 개시된다. 11차 협정의 경우 전체 6년 중 아직 2년이 남았다. 현시점에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을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조기 협상 착수를 두고는 지난 11차 협상 때의 각종 문제점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개시한 11차 협상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분담금 인상 요구로 파행을 거듭했다. 극적으로 13% 인상 합의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은 승인을 거부했다. 결국 1년 3개월이란 협정 공백이 생겼고, 4,000여 명의 주한미군 기지 한국인 근로자들이 무급 휴직에 돌입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양국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야 협정을 타결할 수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국 대선의 유력한 공화당 대선후보라는 점도 협상 테이블이 조기에 차려지는 이유 중 하나다. 11차 협상 때나 지금이나 그는 미군이 주둔하는 국가들의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최근 "보통 협상에 1년 이상 걸리므로, 당연히 올해에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며 "대선에 상관없이 타임 프레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와 결단에 분담금이 좌지우지되는 일을 막을 필요는 있다는 데 양국의 뜻이 모였다는 게 대다수의 평가다.

이번 협상에서는 △분담금 책정 방식(소요충족형·총액형) △인상률 연동 구조 등을 두고 양국이 눈치싸움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다. 11차 협상까지는 계속 분담금 총액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협의됐다. 소요충족형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과 기지관리비 비용, 군수지원 비용 등을 각각 책정해 지출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어, 우리 정부는 이번에 책정 방식을 바꾸길 원한다. 미국으로서는 여전히 총액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담금 인상률 연동 구조도 관건이다. 11차 당시 연간 물가상승률이 아닌 국방비 증가율을 처음 연동하면서 논란이 됐었다. 국방비 증가율을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에 연동하면 과거보다 인상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방위비 분담금은 2021년 1조1,833억 원에서 2025년 약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대폭 인상됐다.

외교부는 5일 우리 측 협상 대표로 이태우 전 주시드니 총영사를 임명했다. 미 측은 린다 스펙트 선임보좌관 겸 미국 안보협정 수석대표가 대표단을 이끌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합리적 수준의 방위비 분담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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