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구도를 굳힐 '슈퍼 화요일'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악재 하나가 해소됐다. 이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인정했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선거권 박탈 판결을 내린 콜로라도주(州)를 비롯해 미국 전역 투표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이날 미 연방대법원이 만장일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 소송을 받아든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가담했으니 헌법상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가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를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미 수정헌법 14조 3항의 '미국의 공직자가 내란이나 반란에 가담한 경우 다시는 공직을 맡지 못한다'는 규정이 근거가 됐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콜로라도 판결을 뒤집고 트럼프 전 대통령 출마를 허용했다. 연방대법관 9명은 보수 성향 6명·진보 성향 3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전원이 뜻을 같이했다. 다만 그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NYT는 "다수의견 핵심은, 헌법 14조 3항에 따라 공직자 자격을 박탈하려면 그 기준과 방식에 대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조항의 발동 요건을 '의회가 제정한 법령'으로 못 박은 것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등 3명의 대법관은 별도 의견에서 "다른 잠재적인 연방의 집행 수단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도 "주 정부의 권한이 부족하다는 판결로도 충분하다"는 별도 의견을 냈다.
다만 배럿 대법관은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임을 지적하며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국가의 온도를 높이는 대신 낮춰야 한다. 현재의 목적을 위해 우리의 (의견) 차이는 만장일치보다 훨씬 덜 중요하고, 9명의 판사 모두가 이 사건의 결과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최대 '사법 리스크'를 해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정식 대선 주자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유일한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는 15개 주 854명의 대의원이 걸린 '슈퍼 화요일' 5일을 기점으로 공화당 경선을 하차하리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지금껏 10곳에서 치러진 공화당 경선 중, 헤일리 전 대사는 진보 성향이 두드러지는 워싱턴DC 한 곳에서만 전날 승리했다. 그마저도 할당된 대의원 수(19명)가 전체 대의원(2,429명)의 0.78%에 불과해 영향은 미미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머지 9곳 경선을 모두 싹쓸이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을 위한 위대한 승리(BIG WIN FOR AMERICA)!!!"라고 적으며 판결을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