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미스터리’ 말레이 여객기 실종 사건 10년 만에 풀리나

입력
2024.03.04 18:00
총리·교통장관 "수색 작업 재개" 시사
MH370편 2014년 3월 인도양서 실종
동체·블랙박스 찾지 못해 미제로 남아

말레이시아 정부가 2014년 인도양 상공에서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370편(MH370) 수색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20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사고 흔적조차 찾지 못했던 탓에 ‘항공 사고 사상 최악의 미스터리’로 꼽히는 사건의 실체가 10년 만에 드러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말레이 총리 "증거 제시되면 기꺼이 수색 재개"

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앤서니 로케 말레이시아 교통장관은 전날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MH370 여객기 실종 10주기 추모 행사에 참석해 “미국 (민간 해양탐사업체) 오션인피니티가 새로운 수색 작업을 제안해 왔다”며 “내각 승인을 얻어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업체 관계자를 말레이시아로 초청해 논의를 구체화하고, 호주 정부와 공조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도 4일 “설득력 있는 증거가 제시된다면 기꺼이 (수색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항공 MH370 여객기는 2014년 3월 8일 239명을 태우고 쿠알라룸푸르를 출발해 중국 베이징으로 향하던 중 실종됐다. 원래대로라면 북진해 중국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베트남 상공에서 갑자기 망망대해 항로로 방향을 튼 뒤 연기처럼 증발했다. 당시 여객기에는 중국인 154명과 호주인 6명을 비롯,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프랑스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러시아 이탈리아 등 14개국 승객이 타고 있었다.

이후 26개국 국제조사단이 3년에 걸쳐 호주 서쪽 인도양 12만㎢ 권역을 샅샅이 훑었다. 2018년에도 오션인피티니가 말레이시아 정부 허가를 얻어 반년간 수색을 벌였으나 끝내 동체나 블랙박스를 찾지 못했다. 기체가 바다 표면으로 추락할 경우 최소 200만 조각 이상으로 파괴되는 점을 감안하면, 잔해 하나조차 발견되지 않은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조사단은 2018년 최종 보고서에서 사고기가 고의로 항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지만, 확실한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일부 전문가는 기장이 기내 압력을 의도적으로 낮춰 승객·승무원들을 실신하게 한 뒤 홀로 산소마스크를 쓴 채 인도양으로 비행기를 몰고 가 ‘자살 비행’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사건은 결국 미궁 속으로 빠졌다.



유가족 "사고 경위 제대로 밝혀지길"

말레이시아 정부가 닫았던 사건 수첩을 6년 만에 다시 펼친 건 ‘비용’이라는 현실적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오션인피니티는 2022년부터 “MH370 발견으로 이어질 만한 새 증거를 얻었다”고 주장하며 말레이시아 정부에 재수색 허가를 요청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용인하지 않았다. 업체 측이 증거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은 데다, ‘가능성’만 믿고 망망대해에 수십억 달러를 쓸 수는 없었던 탓이다. 2014~2017년에도 미국이 지원한 650만 달러(약 84억7,000만 원)를 포함해 1,800억 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으나 마땅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항공 역사상 최다 비용을 쓰기만 한 수색’이라는 오명만 남았다.

그러던 중 최근 오션인피니티가 “(잔해를) 찾지 못하면 비용도 청구하지 않겠다”고 제안하면서 재수색에 청신호가 켜졌다. 희생자 가족들은 이 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자키타 고메스는 “지난 10년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지냈다. 지금이라도 사고 경위가 제대로 밝혀져 (남편과) 제대로 작별하고 싶다”며 “이번에 발견되지 않더라도 다음 수색을 또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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