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를 찾아 총선 후보로 나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 곽상언 변호사 지지를 호소했다. 현장 지원 유세 첫 대상으로 '친노 적자'를 택한 것이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앞세워 공천 내홍을 수습하는 데 속도를 내면서 본선 승부에 화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곽 후보와 종로구 창신동 일대 전통시장을 찾아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올해 가장 장사가 안 된다"는 상인의 말에 이 대표는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면 심판표를 던져 쓴맛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 회초리로 제대로 혼을 내 정신이 들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이 윤석열 정권에 국회까지 넘겨주면 다시는 회복 못 하는 나락으로 나라가 떨어질 것"이라며 한 표를 호소했다.
'노무현 마케팅'으로 지지층 결집에도 나섰다.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 남아 있는 종로가 어렵다고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제가 꿈꾸는 억강부약의 대동세상을 곽 후보가 뒤를 이어 반드시 이루게 해달라"고 곽 후보를 띄웠다. 이날 일정에는 노 전 대통령의 딸이자 곽 후보의 부인 노정연씨가 내내 동행했다. 다만 권양숙 여사는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공천 파동으로 싸늘해진 민심을 의식한 듯 "민주당이 국민들 기대에 많이 부족하다"고 자세를 낮추면서도 "온갖 희한한 소리들이 난무해도 우리는 한 발짝씩 앞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지지층 결집을 독려했다.
종로는 과거 총선에서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다.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최애' 지역구로 꼽힌다. 이번 총선에선 2022년 4월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에 맞서 곽 후보, 개혁신당 금태섭 전 의원까지 '법조인' 3인방이 맞붙었다.
"종로는 누구의 텃밭도 아니다"(금태섭 전 의원)라고 할 만큼 역대 선거에서 여야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지역으로 꼽혀왔다. 16~18대는 국민의힘(박진 의원)이 독식했지만, 19~21대는 민주당이 내리(정세균·이낙연 전 총리) 승리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앞섰지만, 표 차이가 불과 3,000표에 그쳐 표심에 쏠림이 없었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거대 양당 후보는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