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후보로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나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명룡대전’을 앞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선거구 경계 조정에 따라 이 대표에게 유리한 동(洞)이 계양을로 옮겨졌다는 것이다.
본보가 4일 분석했더니 사실이었다.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동이 계양갑에서 계양을로 이동한 것은 맞다. 최근 세 차례 선거(2020년 총선, 2022년 대선, 2022년 지선)를 분석한 결과다. 다만 계양의 행정구역 분포에 선거구 최소 인구 기준(13만6,600명)을 적용하면 불가피한 조정이었다.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한 선거구 획정에 따라 계산1·3동은 계양을에서 계양갑으로, 작전서운동은 계양갑에서 계양을로 지역구가 바뀐다. 계산1동은 계양의 다른 동에 비해 민주당 표가 덜 나오는 지역인 반면, 작전서운동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꼽힌다. 이 대표에게 유리한 작전서운동이 계양을로 편입되고, 불리한 계산1동은 계양갑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계양갑 60.5%, 계양을 58.7%를 득표했다. 당시 계양을에 속한 계산1동의 경우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계양을 평균보다 5.6%포인트 낮은 53.1%에 그쳤다. 계양구 12개 동 가운데 민주당 득표율이 가장 낮다.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 득표율이 50%를 밑돈 곳은 계양을에서 계산1동(49.9%)과 계양1동(49.3%)밖에 없다.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계양구의 3개 동에서 민주당이 졌는데, 그중에서 계산1동(47.0%)이 가장 낮고 득표율 차이는 2.3%포인트로 가장 크다. 계양구는 대선 당시 모든 동에서 이재명 대표가 승리할 만큼 민주당에 우호적이지만 유독 계산1동은 지지 강도가 가장 약했던 것이다.
이런 계산1동이 계양을 지역구에서 제외됐다. 반면 민주당의 표밭인 작전서운동이 계양을에 포함됐다. 인구(올해 1월 31일 기준 3만3,161명)도 계양구의 동 가운데 가장 많다. 작전서운동은 지난 총선에서 유동수(재선) 의원에게 62.1%의 몰표를 던져 계양구에서 민주당 득표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대선 때도 이 대표가 52.8%를 얻어 계양구에서 득표율이 두 번째로 높았다.
선거구 획정 기준일인 지난해 1월 31일 계양갑 인구는 13만5,710명이다. 획정위가 정한 인구 하한선에 890명 부족하다. 선거구를 유지하려면 계양을에서 계양갑으로 일부 동을 옮겨 인구를 늘려야 했다. 계양을 인구는 하한선보다 1만5,900명 많은 15만2,500명이다.
계양을의 7개 동 가운데 인구가 1만5,900명보다 적은 동을 계양갑에 붙이면 계양갑·을 모두 지역구가 유지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계산2동(인구 1만5,338명)이 유일한 해법인데, 계양갑과 행정구역 경계가 접하지 않아 계양갑 지역구로 편입할 수 없었다.
이에 획정위는 여러 동을 한꺼번에 옮기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계양갑과 계양을 경계에 있던 계산1·3·4동 가운데 두 곳(계산1·3동)과 작전서운동의 지역구를 서로 맞바꾸기로 했다. 계산1동 대신 계산4동을 넣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계양갑에 속하는 계산3·4동을 계양을 지역구가 둘러싸는 기형적인 모양이 된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계산1동은 계양갑으로, 작전서운동은 계양을로 선거구가 바뀐 것이다. 원 전 장관으로서는 자신이 출마한 계양을에서 계산1동이 빠져나가 억울할 법도 하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계양 선거구는 중앙선관위가 결정한 것"이라며 "여야가 협의한 것도 아니고 선거구획정위 안이 그대로 통과된 것인데 이재명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조정한 것처럼 됐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