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시한 7개월 남았는데… 2기 여순중앙위원회 출범 '하세월'

입력
2024.03.04 18:00
여수·순천 10·19사건 위원회
1월 21일 1기 임기 끝났지만
정부, 수개월째 2기 위촉 안해
조사·의결 중단…유족들 "답답"
보고서는 외부 용역…왜곡 우려

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진상조사의 시한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가 진상 조사 활동 최고 의결기구인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여순중앙위원회)를 방치하고 있어 유족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4일 여순중앙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제1기 여순중앙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모두 끝났지만, 제2기 여순중앙위원회 출범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여순중앙위원회는 여순특별법에 따라 희생자 및 유족의 심사·결정 및 명예회복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최종 의결 기구다. 여순중앙위원회의 임기는 2년으로 제한하고 있어, 정부가 올해 초 1기 종료 직후 제2기 여순중앙위원회를 출범시켜야 했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여순중앙위원회 출범이 한달 넘게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이 위원회는 위원장인 국무총리와 부위원장인 행정안전부장관, 당연직 위원인 법무부·국방부장관, 법제처장, 전남지사 등으로 관계 기관장으로만 구성됐다. 전문가와 민간인 등 위촉직 위원은 앞서 1기 위원 가운데 중도 사퇴로 도중에 위촉된 교수 2명만 남아있다. 나머지 위원 7명은 수개월 째 공석이다.

전남도청 산하 여순사건지원단 실무위원회가 지난 1월 24일 2기 위원회 3명을 위촉,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실무위원회는 여순중앙위원회로부터 위임받은 사항 등을 처리하는 기구로, 조사 및 의결 절차는 수개월 째 모두 중단된 상태다.

주철희 전 여순중앙위원회 소위원장은 "여순중앙위원회는 합의체 기구이기 때문에 위원들이 있어야만 조사 활동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현재 위원회 구성 없이 파견 공무원들에 의해 안건이 처리되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여순중앙위원회 출범이 미뤄지면서 정부와 유족 간 소통도 단절됐다. 그간 유족들은 여순중앙위원회를 통해 진상 조사 활동 주요 사항을 공유받고 유족들의 건의 사항을 전달했으나, 현재는 소통창구가 전무한 상황이다. 여순사건 실무위원회와 사무국격 기구인 지원단과의 소통망은 남아 있지만, 이들은 위원회의 의결 사항을 집행하는 기구에 불과해 의사 결정 과정에 유족들의 의사는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규종 여순 10·19 항쟁 전국유족 총 연합 상임대표는 "유족들은 소통창구가 완전히 끊겨 왜 여순중앙위원회 출범이 미뤄지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유족들은 최근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을 맡은 기획단이 보수 인사 일색으로 꾸려진 것에 대해서도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유족회는 지난해 말 구성된 기획단 단원 15명 중 당연직 5명과 유족대표 1명을 제외한 위촉직 단원 9명이 뉴라이트 활동을 했거나 역사 왜곡에 앞장선 극우 인사라고 주장했다. 여순중앙위원회 출범 지연으로 인한 불통이 더딘 조사와 보고서 왜곡까지 이어지고 있다는게 유족들의 입장이다.

이규종 상임대표는 "진상 조사 보고서는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이자 법정 보고서"라며 "최근 정부가 여순사건의 역사·시대적 인과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뉴라이트 활동을 하는 등 보수 관계자들에게 보고서 작성 업무를 맡겼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보고서 작성 기획단 내 전문가가 없어 외부에 용역을 주고 맡길 방침"이라며 "이에 대해 항의를 하고 싶어도, 여순중앙위원회가 출범하지 않아 정부와 공식적인 소통 라인이 단절돼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여순중앙위원회 지원단 관계자는 "제 2기 위원들 선임 과정에 국무총리실 검토가 다소 지연돼 위원회 출범이 미뤄졌다"며 "가까운 시일 내 여순중앙위원회를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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