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동쪽에 위치한 '비전1동'. 2020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500여 표 차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친 곳이다. 하지만 국회가 선거구를 조정하면서 비전1동은 신설된 평택병 지역구에 편입됐다. 그 결과 4·10 총선에서 '평택갑'은 여야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격전지로 바뀔 전망이다.
사흘 전 바뀐 선거구 획정에 따라 한국일보가 3일 분석한 결과다. 4년 전 총선에서 평택갑 지역구는 홍기원(초선) 민주당 의원이 공재광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에게 3,501표(2.8%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뒀다. 홍 의원은 비전1동에서 3,199표 차로 앞섰다. 비전1동이 평택갑 승부를 사실상 좌우한 셈이다.
평택갑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3.4%포인트 차로 이겼다. 반면 이번 총선에 적용되는 선거구 획정안을 대입해 비전1동(현 비전1동, 동삭동)을 빼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율 차이는 1.1%포인트로 줄어든다. 비전1동은 대선 당시 유권자 수 6만2,605명으로, 평택갑 전체 유권자의 29%에 달한다. 대선 때 이 대표에게 3,955표를 더 몰아줘 민주당에는 효자 동(洞)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평택에서 손해 보는 구도는 아니다. 평택 지역구가 2곳에서 3곳으로 늘어나면서 새로 생긴 평택병은 비전1동까지 더해 지난 대선(4.4%포인트)과 총선(2.5%포인트)에서 모두 민주당의 '우세' 지역구였다. 국민의힘은 평택을 현역 의원인 유의동(3선) 정책위의장을 평택병으로 옮겨 공천했지만 새 지역구에서 여건은 오히려 나빠진 셈이다. 민주당은 4년 전 평택을에서 유 의원에게 패한 김현정 후보가 평택병으로 지역구를 바꿔 '리턴매치'를 벌인다.
부산 북강서갑도 평택갑과 사정이 비슷하다. 전재수(재선)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데, 선거구가 북구와 강서구로 나뉘면서 기존 북강서갑에 있던 만덕1동만 북을로 편입됐다.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접전 끝에 1,938표(2.01%포인트) 차로 박민식 미래통합당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498표 차로 이긴 만덕1동이 지역구에서 빠졌다. 전 의원이 선거구 획정 직후 “정치적이고 불합리한 결론”이라며 반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경기 하남은 여야 우세지역으로 쪼개졌다. 당초 미사와 위례 신도시 등으로 민주당에 유리했다. 지난 총선에서 최종윤 민주당 의원이 득표율 과반을 넘기며 이창근 통합당 후보를 2만6,431표 차로 크게 제쳤다.
하지만 하남 인구가 늘어 갑·을로 나뉘었다. 지난 총선 득표율을 대입하면 최 의원의 경우 구도심인 하남갑에서는 46.7%로 낮아지고, 미사 신도시가 위치한 하남을은 53.2%로 높아진다. 지난 대선에서 하남은 이재명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0.5%포인트 차 신승을 거둔 지역인데, 동별 득표율을 더해 갑·을로 구분하면 하남갑은 윤 대통령(51.0%)이 이 대표(46.2%)를 4.8%포인트 차로 앞선다. 반면 하남을은 이 대표(50.8%)가 윤 대통령(46.1%)을 4.7%포인트 차로 이긴다.
하남갑·을의 표심이 여야로 극명하게 갈리는 셈이다. 민주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하남갑에 공천하면서 "신도시가 아닌 기존 도농복합지역이라 민주당에는 험지"라고 설명한 배경이다. 국민의힘은 친윤 이용(초선·비례대표)의원과 오세훈계 이창근 전 서울시 대변인이 하남갑 공천을 놓고 맞붙었다.
갑·을에서 단일 지역구로 합쳐진 부산 남구는 민주당에 불리하다. 4년 전 총선에서 남갑은 박수영 통합당 후보가 11.0%포인트 차로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섰다. 남을에서는 박재호(재선) 민주당 의원이 통합당 이언주 후보 1.8%포인트 차로 신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