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24 대표 "한국, 창의적 연출자 산실" [인터뷰]

입력
2024.03.02 13:47
A24·CJ ENM, '패스트 라이브즈' 공동 투자
사샤 로이드 대표 "협업의 힘 느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와 국내 배급사 CJ ENM이 공동 투자한 작품이다. A24 인터내셔널 대표 사샤 로이드는 한국을 '창의적인 연출자의 산실'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A24 인터내셔널 대표 사샤 로이드와 CJ ENM 고경범 영화 사업부장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중이다.

A24와 CJ ENM은 어떻게 손을 잡게 됐을까. 고경범 영화 사업부장은 사샤 로이드 대표와 홍콩영화제에서 만났고 '힘을 합치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나누게 됐다고 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고경범 영화 사업부장은 "A24가 지금은 굉장히 큰 회사가 돼 있다. 그때는 주목받는 회사였지만 지금처럼 크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도, A24에 의지해야 할 부분도 명확해 보였다. 그 이후 기회를 찾고 있었다"고 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A24와 CJ ENM이 시너지를 발휘할 기회였다.

사샤 로이드 대표는 CJ ENM과의 협업을 '값지고 좋은 경험'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셀린 송 크리에이터의 비전을 잘 구현하자는 목표를 함께 달성하면서 '협업의 힘이 이런 거구나'라고 몸소 느꼈다"고 밝혔다. "함께했을 때 얼만큼의 파급력,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알게 됐다. 로컬 파트너와 함께하며 보람도 느꼈다. 셀린 송의 아름다운 비전을 영화로 만드는 것과 관련해 최고의 버전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는 게 사샤 로이드 대표의 설명이다.

고경범 영화 사업부장은 A24가 문화적 다양성 면에서 열려 있는 회사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다양성의 방향에 대한 공통분모가 있다. 합의를 이루고 작품을 깊이 다룰 수 있도록 상호보완한다"고 설명했다. A24가 북미 시장 중심으로 팬덤을 확보하고 있고 CJ ENM이 아시아를 중심으로 브랜딩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 또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는 "서로 빈곳을 채워주며 작은 영화가 이러한 파급력을 내도록 만들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사샤 로이드 대표와 고경범 영화 사업부장이 생각하는 '패스트 라이브즈'의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사샤 로이드 대표는 "사랑과 로맨스는 인류보편적인 것이다. 셀린 송 감독은 로맨스, 사랑을 느끼는 순간들을 포착해 섬세하게 풀어냈다. 또한 자전적 경험을 넣어 진정성 있는 스토리로 재탄생시켰다. 영화의 소재인 '인연'이 한국 단어이지만 그 느낌이나 경험은 전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고경범 영화 사업부장은 SNS에서 관객층이 반응했던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과거에는 한국어 영화에 대한 장벽이 있었다. 그런데 SNS와 스트리밍 플랫폼이 국가 간 정보의 장벽과 콘텐츠 유통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그러면서 외국어로 연기하는 영화나 문화적 요소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 활발히 활동하는 세대는 더욱 그렇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CJ ENM이 한국 영화와 관련해서는 성수기 중심의 블록버스터에 집중해 왔다고 했다. 이어 "시장이 빨리 변하고 있다. 과거 성공했던 비즈니스 모델에 의존한다면 유효타를 낼 수 없다는 판단이 있다. 신선한 소재와 창작자들을 품에 안고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창작자들, 시장에 에너지를 불어넣울 수 있는 작품들이 있다면 기꺼이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사샤 로이드 대표는 한국 창작자들의 힘을 칭찬했다. 그는 "A24는 월드클래스 크리에이터가 마음껏 비전을 쏟아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그들의 산실이 돼 주고자 한다. 한국이 창의적 마인드, 창의적 연출자의 산실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계속해서 돌아올 수밖에 없다"면서 A24가 보여줄 이후의 행보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편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는 6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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