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운경(60) 민주화운동동지회장은 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정청래 의원을 이렇게 평가했다. 둘은 서울 마포을에서 각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로 맞붙는다. 정 의원이 3선(17·19·21대)을 지낸 아성이다.
함 후보는 1985년 서울대 삼민투 회장으로 미국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해 투옥된 86운동권 출신이다. 정 의원의 운동권 선배다. 이후 고향 군산에서 민주당 계열 정당이나 무소속으로 다섯 번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2016년 군산에 횟집을 열었는데,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민주당의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운동권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조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지난해 동지회를 꾸려 운동권 청산에 나섰다. 그는 정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지며 "그들의 역사적 공범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운동권이 왜 문제인가.
“그들의 행적을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민주화는 산업화와 함께 선진화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 그래서 인정과 존경의 형태로 충분한 사회적 보상을 받지 않았나. 그러나 과거의 역사관과 세계관에 얽매여 대한민국의 정치와 운명을 쥐고 있는 것이 문제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대한민국을 긍정하지 않는다. '친일파가 미국을 등에 업고 세운 나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통일이 돼야 정통성이 생긴다는 식이다. 북한이 국토 완정(완전 정복)을 하겠다며 위협하고 '삶은 소대가리'라고 대통령을 모욕해도 아무 말 못 한다. 경제적으로는 노동 중심, 국가 중심이다. 노동계급과 국가는 선하고, 그것을 확대 강화하는 것이 국가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믿는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공무원 증원이 나온 배경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소수 정규직만 철밥통을 지킬 수 있다. 다른 근로자와의 임금 격차를 키우고 혁신과 고용 증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함 후보는 이어 운동권의 도덕적 문제를 지적했다.
"민주화 운동을 했고, 내가 곧 진보이고 정의이자 인권이라는 사람들이 법을 어긴다. 입시 부정을 한 조국 사태에 대해 안일하고 뻔뻔하게도 '정권의 탄압'이라고 말한다. 유시민과 최강욱은 억울한 누명을 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조롱하고 조리돌림했다. 유시민과 도종환 등은 (1조 원 규모의 금융 사기를 벌인) 밸류인베스트코리아를 도왔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금융 사기에 특화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없앴지 않았나. 나는 그들의 역사적 공범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왜 전향했나.
"소련이 무너진 1990년대 초부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도 호남에서 정치를 해보려고 민주당 안에서 돌파구를 모색했다. 잘 안 됐고 2016년부터 횟집을 했다. 그런데 2018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나 올랐다. 다섯 명 직원을 두 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아르바이트생 임금만 오르는 게 아니다. 그보다 더 받는 주방 보조, 주방장 임금도 줄줄이 다 올려줘야 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산다는 문재인 정부의 근거 없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보고 화가 났다. 민주당의 후쿠시마 처리수(오염수) 방류 반대 운동도 계기다. 방류는 과학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막연한 불안감에 민주당은 부채질을 했다. 나도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당시 나는 '6개월만 지나면 처리수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다."
-마포을 공천이 거론되던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을 비판했는데.
“대통령 부인이 부주의하게 처신한 건 맞다. 하지만 그건 범죄로 처벌될 수도 없고, 특검 사안은 더더욱 아니다.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공연히 국민들을 자극해 선거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여야 공천을 평가하면.
“혁신이라고 하면 사람을 바꾸는 것을 생각한다. 하지만 정당이 정책과 노선을 분명히 해서 승부를 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선거철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건 좋은 방식은 아니다. 10대 때부터 훈련된 정치인을 키워야 우리도 프랑스 마크롱처럼 30대 장관, 대통령을 볼 수 있다."
-정청래 의원과 인연은.
“한두 번 본 게 전부다. 나는 82학번인데 85학번인 정 의원과 학번 차가 좀 있어 잘 모른다.”
-마포을은 민주당이 승리해온 험지인데.
"험지란 건 없다.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품격에 맞는 언행을 하는 자랑스러운 정치인을 마포구민들이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암동 쓰레기 소각장 추가 건립이 지역 이슈인데.
“오세훈 시장은 올해 안에 바로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건 좀 아니다.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소각장을 늘리지 않고도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 도입과 쓰레기 감축 방법을 먼저 찾아봐야 한다."
-지역 발전 구상은.
“상암DMC를 미국 할리우드 같은 미디어 콘텐츠의 세계적인 선도 지역으로 만들 것이다.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발전하면 지역 상권도 함께 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