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맞벌이 가구 취업현황(통계청, 2022년 기준)에 따르면 배우자가 있는 1,269만1,000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584만6,000가구로 46.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맞벌이 가구 비중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부진에 2020년에 45.0%로 조금 떨어졌다가, 2021년(45.9%)에 이어 2022년에도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경신했습니다.
최근 1년(2022년 1분기~2023년 3분기) 맞벌이 가구의 평균소득을 보면 월 752만 원으로 외벌이 가구(월 393만 원) 대비 359만 원을 더 벌고 있습니다.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 가구와 두 배(1.9배) 가까운 소득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맞벌이 가구는 많이 버는 만큼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월평균 지출금액을 비교해 보면 맞벌이 가구는 월 536만 원으로 외벌이 가구(월 314만 원)에 비해 월 222만 원(1.7배)을 더 쓰고 있었습니다. 가계수지를 살펴보면 맞벌이 가구 흑자액은 월 216만 원, 흑자율 29%로 외벌이 가구 흑자액 월 79만 원, 흑자율 20% 대비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맞벌이 가구의 경제적 이점을 잘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은 맞벌이 가구의 자산관리 전략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먼저 맞벌이 가구는 경제 공동체로서 자산과 소득을 공유하고 부채와 지출을 함께 통제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 맞벌이 부부는 통장을 각자 관리하면서 생활비를 절반씩 부담하고 남은 돈으로 각자의 성향에 따라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따로 관리하다 보면 전체 소득이 얼마인지, 그중 얼마를 지출하고, 얼마를 저축하고 있는지 서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질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새어 나가는 돈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런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일단 하나의 계좌로 들어오는 돈을 모두 모으기를 추천합니다. 월급 등 소득이 발생하면 잠시 머무르는 ‘파킹(Parking)통장’을 만들어 두 사람의 모든 현금 흐름을 합치는 것입니다. 돈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돼 재무계획을 세우기가 좋아집니다. 파킹통장은 언제나 입출금이 자유롭고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은 통장이 좋습니다. 소득을 한 곳에 모으고 다시 목적에 맞게 나누어 관리하는 방법이 맞벌이 가구 자산관리의 첫걸음입니 소득은 두 사람이 만들지만 관리는 한 사람처럼 해야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맞벌이 가구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는 생각에 소비 수준이 빨리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벌이를 계속하면 좋겠지만 건강이나 자녀 성장과정에 따른 교육 문제 등 맞벌이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한 사람의 소득이 중단되면 상당한 경제적 압박이 발생하면서 삶의 질도 저하됩니다.
따라서 일정 자산을 모을 때까지는 소비는 외벌이 가구처럼 하며 저축률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합니다. 신혼기부터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 15년 정도는 종잣돈을 모으기 가장 좋은 ‘골든 타임'(Golden Time·황금기)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맞벌이 가구의 저축 가능한 흑자율은 3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 소비의 눈높이를 낮추고 불필요한 지출을 잘 통제하면 흑자율을 50% 이상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15년간 최대한 저축하고 투자한다면 자산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면서 둘 중 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적게 일하는 ‘Half(반)-FIRE(파이어)족’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 등 경제생활에 크게 문제가 생기지도 않고, 가족을 돌볼 시간적 여유도 함께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열심히 저축해도 두 사람 모두 소득이 높지 않은 한 안정적인 저축상품만으로 자산소득이 발생하는 수준의 자산을 모으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산의 일정 비중은 금융투자상품을 활용한 장기투자로 수익률을 제고해야 합니다. 이때 경제 주도권을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맡기기 보다는 부부가 함께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한 사람이 전적으로 하다가 과도한 욕심으로 투기에 가까운 무리한 투자를 하다 보면 갈등이 생기게 됩니다. 또 투자 실패로 큰 손실을 보게 되면 가구의 자산관리는 물론 행복한 가정이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의하고 실행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한 사람이 보지 못한 투자 리스크를 다른 사람이 발견할 수도 있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자산관리의 시너지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자산관리의 성과는 짧은 기간에 쉽게 만들어지지 않고, 투자에 대한 시행착오도 겪게 될 것입니다. 함께 상의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투자 성과로 돌아올 것입니다.
맞벌이 가구는 평소 지출성향이 높아 은퇴 후 갑자기 지출을 줄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의 소득으로 여유가 있을 때 은퇴자산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금은 부담 없는 금액으로 장기간 꾸준하게 준비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따라서 전체 가구소득의 10% 정도는 연금계좌로 저축해가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앞서 맞벌이 가구의 평균소득 월 752만 원 기준의 10%, 매년 900만 원(=월 75만 원x12)을 20년간 연간 수익률 7%로 저축한다면 3억6,000만 원 정도의 연금자산 마련이 가능합니다. 두 사람 모두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의무적으로 납입하게 돼 노후에도 일정 수준까지는 연금 맞벌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부부가 각각 연금저축 또는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추가적인 노후준비를 한다면 절세 혜택으로 자산관리 효율성을 높이면서 국민연금을 받기 전 소득공백기에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금저축, IRP 같이 세제 혜택이 있는 금융상품은 부부 모두 가입해 절세 혜택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합니다.
대부분의 맞벌이 가구는 우리가 왜 맞벌이를 하는지 목적을 잃은 채 현재의 경제적 여유만을 누리며 맞벌이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벌이를 하면 두 개의 통장이 주는 경제적인 여유라는 장점이 있지만 육아를 포함해 부부 서로에게 가족에 할애할 시간 부족 등 돈으로 가치를 따지기 어려운 대가가 따릅니다.
맞벌이를 선택할 때 ‘왜 맞벌이를 하는지’, ‘언제까지 맞벌이를 할 것인지’ 사전에 충분한 공감대를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표면적으로는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부부가 각각 경제권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익숙해진 탓에 맞벌이의 장점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반쪽 맞벌이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진정한 맞벌이 가구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공동목표를 세워 함께 종잣돈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동의 투자성향에 맞춰 꾸준하게 투자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며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두 사람의 경제활동으로 월급이 들어오는 두 개의 통장은 결혼한 부부 중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서만 일어나는 일입니다. 서로의 경제상황을 공개하고 통장을 하나로 합치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맞벌이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 다소의 어려움은 감수하고 경제적 자유에 다가설 수 있는 맞벌이 가구로 거듭나시기 바랍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