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불리려면… “50대 부장님, 임금피크 전 DC로 갈아타세요”

입력
2024.03.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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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는 회사, DC·IRP는 근로자가 운용
임금 상승 기회 적다면 DC 전환이 유리
지난해 도입 '디폴트옵션' 수익률 10.1%

“퇴직연금? 잘 모르겠는데···.”

국가에서 보장하는 국민연금과 회사가 적립해주는 퇴직연금,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3종 세트’다. 이 중 퇴직연금은 회사에 다니기만 해도 쌓이는데, 내 퇴직연금이 어떤 형태이고, 어떻게 운용되는지 모르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은퇴 후 후회하지 않도록, 잠들어 있는 퇴직연금을 깨우는 데 꼭 필요한 기초 정보를 모아봤다.

퇴직연금 유형은 크게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 후 받는 연금액이 근무 기간과 퇴직 전 3개월 급여에 따라 확정되는 제도로, 과거 퇴직금 제도와 유사하다. 회사가 알아서 관리하기 때문에 이제껏 근무하며 퇴직금 운용으로 고민해 본 적이 없다면 DB형에 가입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시장에서 DB형 비중은 57.3%로 가장 높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내고,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 운용방법을 결정하는 제도다. DB형과 달리 추가 납입도 가능하지만, 퇴직 후 연금 수령액이 운용 성과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손실 부담을 근로자가 지게 된다. 이런 이유 탓인지 퇴직연금 시장에서 DC형 비중은 아직 25.2%(2022년 말 기준)에 머무르고 있다. 잘 운용하면 수익률에 따른 복리 효과가 발생해 DB형 이상으로 연금액을 불릴 수 있지만, 주식형으로 대표되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는 총자산의 70%로 제한된다.

갈아타기는 DB형에서 DC로만 가능하다. 앞으로 승진 기회가 많고, 임금 상승률도 높으면서 장기근속까지 가능하다면 DB형이 최선일 수 있다. 자산관리나 금융 투자에 관심이 없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 성향에도 DB형이 적합하다. 반면 임금 상승 기회가 적은 고(高)직급 근로자, 특히 임금피크제를 앞둔 경우는 DC형으로 전환이 유리하다. 급여가 삭감되기 시작하면 평균 임금이 줄어 퇴직연금액이 후퇴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급여가 정점일 때 갈아타기 한 다음 수익률을 최대한 높이는 전략이 은퇴 소득을 불리는 데 효과적이다.

회사 단위로 가입하는 DB형과 DC형 외에 개인형퇴직연금(IRP)도 있다. 소득이 있는 모든 근로자와 자영업자까지 가입할 수 있는 퇴직금 전용 계좌다. 대표적인 이용 유형은 세 가지다. ①퇴직연금에 가입했던 근로자는 회사를 옮길 때 퇴직 일시금을 IRP 계좌로 받아야 한다. ②기존 DB·DC형 가입자가 여유자금을 추가 투자하거나 ③연말정산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만드는 경우 있다. 연금저축과 DC형 추가 납입금을 포함해 연간 1,800만 원까지 입금할 수 있고, 세액공제 대상 한도는 연금저축과 합산해 연간 900만 원까지 가능하다. 연금은 가입 기간에 상관없이 55세 이상부터 받을 수 있다.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DC형과 IRP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7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했다. 나도 모르게 상품이 만기됐을 때 따로 지시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알아서 돈이 굴러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은 위험등급에 따라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 네 가지로 분류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1개 금융기관이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306개 디폴트옵션 상품 가운데 300개를 실제 판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판매) 금액은 12조 원을 돌파했고, 지정 가입자 수도 480만 명에 근접하는 등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운용 중인 상품들의 지난해 수익률은 10.1%. 증권사 상품 중에선 ‘삼성증권 저위험 포트폴리오2(11.19%)’와 ‘한국포스증권 디폴트옵션 중위험 타깃데이트펀드2(14.65%)’가 각각 저위험과 중위험 상품 수익률 1위에 올랐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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