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업무 거부와 관련해, 정부의 복귀 요구 시한(29일)이 지났다. 대다수 전공의는 기대를 저버리고 현장에 복귀하지 않았다. 정부는 물론 환자단체, 병원장들까지 복귀를 호소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9,076명이 이탈했고, 복귀한 전공의는 294명이다. 29일 상황에서도 ‘빅5’를 비롯해 대부분의 대형병원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의료 현장 정상화 시기는 가늠조차 어렵다.
상급종합병원의 수술이 50%가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과 싸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와도 다름없다”며 “전공의가 돌아와 응급·중증 환자 곁을 지키는 일에 어떤 조건을 붙여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도 전공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의 진심은 충분히 전달됐다”며 “이제는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현장에 남아 있는 의료진의 초과 근무와 ‘번아웃’도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저 병든 환자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소시민 의사인데,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정부는 연휴 이후 4일부터 미 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당사자 의견 진술 절차 등이 있기 때문에 당장 ‘면허 정지 처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 그사이라도 전공의들이 업무에 복귀하기 바란다. 정부는 2027년까지 9개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를 1,000명까지 늘려 의학교육 질을 제고하겠다는 당근책도 발표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은 졸업식 축사에서 “의사가 숭고한 직업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려면 높은 경제적 수준(수익)이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들은 의사의 소명을 더 이상 방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