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인재육성, 연구장려금부터

입력
2024.03.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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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들이 입학하는 매년 3월은 교정에 가장 생동감이 넘치는 달이다. 하지만 이제 막 연구자의 꿈을 안고 대학원 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은 소속 연구실에 따라 달라지는 지원을 체감하는 시기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더라도 지도교수가 수주하는 연구과제 규모에 따라 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인건비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연구실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가 '실질 인건비'라는 점은 대학원생들이 안정적 연구활동을 위한 요소로 인건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국 주요 대학들은 어떨까? 미국 MIT, 스탠퍼드대 등 세계 유수 대학들은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대학원생들이 안정적인 여건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MIT의 경우 지역물가를 고려하여 매년 대학원생들에게 지급되는 기준금액을 설정하고 있는데, 각 학과에서는 재정사정을 고려하여 기준금액의 -10~15% 범위에서 대학원생들에게 지급되는 스타이펜드(stipend) 금액을 결정하고 있다. 학생들은 스타이펜드를 받는 대신 연구조교나 수업조교 역할을 수행하며 안정적 재정지원을 받기 때문에 학비와 생활비 마련 부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이렇듯 글로벌 선도대학들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그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혁신적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학원생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2019년 4개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 도입된 스타이펜드 제도가 대표적 사례인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석·박사 과정생이 매월 일정 금액 이상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보장하고 있다. 과거 이러한 스타이펜드 제도를 연구개발 규모가 큰 일반 대학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으나 이후 심도 있는 검토가 이루어지지는 못했다.

지금처럼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도교수 개인에게 의존해서는 우수 인재의 유치도, 대학원생의 안정적인 연구몰입도 기대할 수 없다. 연구생태계에서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학생 연구자에 대한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글로벌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물론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 현실을 고려하고 스타이펜드 제도가 연구자 간 불필요한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대학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책도 마련해야 한다. 대학 또한 우수인재 유치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 세대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연구현장을 찾아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며, 직접 스타이펜드 제도 도입을 지시한 만큼 변화의 동력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스타이펜드 제도를 시행하여 정착하기까지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이공계 인재 육성'이라는 기치하에 유관 부처 간 벽을 허물고 다양한 대학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어 정부와 대학이 성공적인 제도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이를 통해 이공학도들이 연구에 전념하는 데 부족함이 없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미래 과학기술계의 주역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여 세계적 석학으로 성장해나가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