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 여수시와 경북 경산시의 한우 농장에서 소들이 사료와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채 길러지는 사례가 잇따라 드러났다. 현행법상으로는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어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전남 여수시의 한 농장에서 소 40여 마리가 사료와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길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는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달 말 해당 농장을 방문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해당 농장을 방문한 이후 여수시에 급여와 사육환경 개선을 요청했다"며 "소들의 상태는 3개월 전보다는 나아 보였지만 여전히 마른 모습이었고, 발굽이 길게 자라있는 등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수시에 따르면 농장주는 경제적인 이유로 소들에게 제때 먹이와 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수시 축산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동물단체의 문제 제기 이후 배합사료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현장점검 결과 미흡한 부분이 있어 앞으로 농장주가 적절한 사육관리 및 환경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굶기는 행위는 학대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동물보호법 제9조 제1항을 보면 '소유자 등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ㆍ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만 돼 있지 강제성이 없다. 또 제10조 제4항을 보면 '갈증이나 굶주림의 해소 또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등의 목적 없이 동물에게 물이나 음식을 강제로 먹여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만 금지돼 있을 뿐이다.
그나마 반려동물에 한해서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적합한 먹이와 깨끗한 물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제하지만 이 또한 해당 행위로 인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경우만 동물학대로 규정한다. 정 팀장은 "소와 같은 농장동물에게 급여를 하지 않아 고통받은 것은 어떠한 법으로도 구제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경북 경산시의 한 농장에서도 소들이 굶어 죽고 소 20여 마리가 물과 음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사례가 있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농장주 가족은 농장주의 건강 상태로는 더 이상 농장 운영이 어렵다고 보고 가족들이 남은 소들을 돌보기로 했다. 카라는 물과 음식을 주지 않아 소를 죽음에 이르게 했고 신고 대상인 소의 사체를 방치하고 임의로 이동한 것에 대해 동물보호법과 가축전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산시도 농장주의 동물학대 혐의에 대한 수사의뢰를 했다.
동물단체들은 반려동물의 경우 사육∙관리의 의무가 있지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했다는 인과관계가 있어야만 학대로 인정돼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이런 지적에 따라 앞서 기동민,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물보호법 제9조 제1항에서 사육 시 돌봄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같이 개정되면 반려동물 이외에 다른 동물에 대한 돌봄도 의무화할 수 있게 된다는 게 단체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