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조만간 방위비 분담 협상에 착수할 전망이다. 2년 뒤부터 적용될 원칙에 대한 논의를 일찌감치 시작하는 것이다. 동맹국이 방위비를 얼마나 부담하는지에 관심이 많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미 양국이 가까운 장래에 방위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방위비 분담 협정이 내년 말 종료되는데, 보통 협상에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당연히 금년에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다.
한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 협상을 서두른다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 것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설 것이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 때문이다. 한미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서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규정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새로 체결한다. 2021년 타결된 현재 SMA는 2020~2025년 6년간 유효한 제11차 협정이다. 협상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바람에 한국 정부가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한다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를 적게 부담하는 동맹국은 러시아에 당해 보게 만들겠다'는 식 발언으로 미국의 오랜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위협하면서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26년부터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을 조 바이든 행정부와 서둘러 타결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한국은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등을 지낸 이태우 전 시드니 주재 총영사를 방위비 협상 대표로 내정한 상태다. 미국 정부도 협상 대표 인선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당국자는 “시간 프레임상 조만간 그런 얘기들을 한미 양국 간에 나누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11월 미국) 대선과는 상관없다”고 부연했다.
북한·일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한미일 관계가 견고해진 만큼 대북 소통 재개라는 점에서 나쁠 게 없지만 현실화하기 쉽지 않으리라는 게 정부 시각이다. 이 당국자는 “(지난 22일 브라질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의 최근 동향 중 하나로 그 이야기(북일 접촉)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일 접촉을 포함해 모든 북한과의 접촉은 긴밀한 사전 정보 공유를 통해 진행돼야 하며 한반도 평화 안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기본 방침을 (우리 정부가) 전달했고 거기에 다 공감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당국자는 “한미일 3국 모두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지만, 일본 쪽에서도 특별한 움직임이나 성사될 것 같다는 낙관적인 생각은 갖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 기업에 미 정부가 주기로 한 보조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이 당국자는 “상무부에서 조만간 발표가 있는 모양인데,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만나 1시간 넘게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회담 뒤 워싱턴 특파원 대상 간담회에서 한국 총선과 미국 대선을 계기로 북한이 긴장 수위를 고조시킬 공산이 큰 만큼 이에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다음 달 18~20일 서울에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 관련 논의를 위해 행사 직전 한국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