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커피나 에너지음료를 마셔도 잠이 쏟아질 때 한국인 대부분은 '영양제 하나 먹어볼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바쁜 현대인에게 영양제 복용은 일상이 됐습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양제를 구매한 가구는 81.2%, 10가구 중 8가구 이상입니다. 2018년 4조8,936억 원이던 시장 규모도 6조2,022억 원으로 늘어났고, 가구당 평균 구매액도 36만 원으로 2021년 31만3,202원보다 5만 원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그간 홍삼과 종합비타민이 영양제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단백질 보충제나 유산균 등 시민들이 찾는 품목도 다양해졌습니다. 다만 하나둘 챙겨 먹는 영양제가 늘어날수록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건강을 위해선 계속 복용하고 싶지만 나날이 오르는 물가에 지출을 계속해도 될지 고민에 빠집니다.
이때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는 게 '영양제 해외직구'입니다. 해외 사이트를 이용하면 배송비를 포함하더라도 국내 물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병원 방문이 쉽지 않은 미국은 영양제 시장이 발달해 품목이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구매량 제한 기준이 있어 주의하지 않으면 기껏 구매한 영양제가 통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품질에 이상이 있거나 유효성분이 없는 가짜 영양제를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양제 해외직구를 하려면 개인통관고유부호를 발급받아 주문 시 이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는 개인이 수입신고를 할 때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하는 번호로, 어떤 물품을 주문하더라도 기입해야 합니다.
통관 시 면세 적용을 받기 위해선 한 번에 최대 6병, 150달러 이내로 구매해야 합니다. 이 기준을 넘겨 세관에 적발되면, 관세사를 통해 통관 신고를 하고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본인이 직접 섭취한다는 '자가사용’ 목적으로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이므로, 재판매 우려가 있는 대량 구매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직구한 영양제를 되파는 것도 당연히 불법입니다.
개인통관고유부호를 기입하고 면세 기준도 맞췄는데도 구매한 영양제가 세관에서 적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은 '국내 반입 차단 대상 원료·성분’으로 지정돼 직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 건강에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성분과 원료를 반입 차단 대상으로 지정합니다.
대표적 금지 품목으로는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있습니다. 불면 증상을 완화하거나 시차 적응을 위해 섭취하는데, 미국 등 해외에선 영양제 코너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구매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처방 없는 구매는 물론 직구도 불가능합니다.
가짜 영양제도 주의해야 합니다. 표시된 내용과 전혀 다른 엉뚱한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식약처가 지난 1월 적발한 체중감량 효과 영양제는 코코아 분말, 과일 분말 등을 원료로 사용했다고 표기했지만, 알고 보니 의약품 성분인 '센노사이드'가 검출됐습니다. 이는 변비 치료에 사용되는 성분으로, 체지방 분해·감소 효과는 없고 다량 섭취하면 설사, 복통, 구토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통증을 감소시키는 천연 성분 영양제라고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진통제를 섞어 제조한 제품도 같은 달 적발됐습니다. 진통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영양제는 보스웰리아, 칼슘, 마그네슘 등을 사용했다고 했지만, 알고 보니 진통제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스테로이드 성분인 덱사메타손이 검출됐습니다. 소비자는 해당 성분이 통증 감소 효능이 있다고 믿었지만 실은 그냥 진통제였던 겁니다. 이를 모르고 오남용하는 경우 심혈관·소화계 부작용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위해 성분이 확인된 영양제는 올해 1월 30일 기준 3,533개 제품에 이릅니다. 구체적인 제품명과 제조사, 제품사진은 식품안전나라의 '해외직구식품 올바로' 탭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관계당국은 이런 이유로 해외직구 영양제를 구매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식약처는 "해외직구 상품의 경우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고, 특정 효능을 광고하는 식품의 경우 불법 의약품 성분이 함유돼 있을 수 있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