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안녕하세요, 반려동물과 반려인의 행복한 반려생활을 돕는 동물행동 트레이너 김민희입니다. 이번에는 주변 환경에 과하게 반응하는 치와와의 사연인데요. 보호자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일상적인 소음이나 작은 환경 변화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반려견이 왜 그런지, 그에 맞는 행동 솔루션이 무엇일지 알아보겠습니다.
예민한 강아지, 무엇이 문제일까?
먼저 ‘예민하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느끼고 분석해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난 것입니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로우며, 반려견의 경우엔 ‘반응성이 높다’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반려견은 불안 또는 고통 등의 스트레스를 가지고 있으며, 이 스트레스는 유전, 경험, 학습, 건강, 환경 등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합니다.
체구가 큰 대형견보다는 모든 자극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와닿는 소형견, 특히 작은 치와와는 자극에 더 반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반응성이 높은 반려견이 예민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위험 상황이라고 생각되는 자극들에 반응함으로써 생존력을 올리기 위함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안전 구역이 없이 실외에서 사는 개가 반응성이 없다면,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해 도태 당할 위험이 더 높은 것과 같습니다. 때문에 이런 반응성이 있는 반려견을 위해서는 첫째로 반응성의 원인을 찾아보고, 둘째로는 원인에 알맞은 조치가 필요합니다.
반려견의 반응성을 만드는 원인들
1. 유전
유전에 의한 반응은 부모견과 출생 전 환경을 파악할 수 없으므로 정확한 확인이 어렵습니다. 다만, 부모견이 유독 높은 반응성을 보였다면 유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강아지 공장 등의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난 경우에도 불안한 환경에 노출된 어미의 높은 스트레스 수치가 태아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출생 이후까지도 새끼에게 큰 영향을 줄 확률이 높습니다. 어미의 상황뿐 아니라 선천적으로 호르몬 문제 또는 개체별로 타고나는 기질에 따라서도 스트레스에 대한 회복 탄력성(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회복하는 능력)이 다를 수 있습니다.
2. 건강 문제
사람도 아플 때 예민해지듯 반려견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반응성이 크게 오르게 됩니다. 특히 노령 동물의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가 생겼다면 대표적으로 고통을 유발하는 건강 문제(피부병, 고관절 탈구, 슬개골 탈구 등)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이 되므로 환경 관리나 행동 교육을 하기 전에 가장 먼저 수의사의 정밀 진단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3. 학습(경험)
반려견은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기반으로 학습합니다. 개들의 경우 고통을 유발하거나 불안감을 만들어 유대감이 없는 전통적인 강압식 훈련법과 일관되지 않은 잘못된 훈련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높은 불안도로 인한 반응성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아르릉'거리는 모습이 귀엽다며 반복적으로 괴롭히거나, 장난감과 간식을 빼앗는 등의 장난들이 반려견의 반응성을 만들게 됩니다.
4. 환경
의도하지 않은 환경적 요소도 반려견의 반응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불안한 환경에 노출되어 생활하는 경우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생존에 유리한 예민한 성격으로 자리 잡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범지대(범죄 위험 지역)에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보다 소리나 낯선 대상을 더 경계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려견의 경우 집에 낯선 사람이 자주 방문하거나, 자택 인근에서 소음이 많이 발생할 때, 또 가족이 많고 반려견이 사용할 충분한 휴식처가 없어도 반응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5. 결핍
반응성을 만드는 다양한 결핍이 있습니다. 위에 설명했던 바와 같이 호르몬의 결핍이나 건강의 결핍, 휴식시간, 안전에 관련된 환경적 결핍도 영향을 줍니다. 또 부족한 급여량이나 부족한 산책 및 에너지 소비, 안전함의 부족과 같이 기본적인 개의 욕구가 결핍된 상황도 개의 반응성을 높이는 결과를 만듭니다.
사연 속 강아지의 상태 파악하기
위에 설명한 반응성의 원인을 바탕으로 이번 사연 속 반려견을 파악해 보겠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다소 반응성이 있는 성향의 반려견인 것 같은데요.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는 노령견인 만큼 새롭게 생긴 질병이나 몸에 이상은 없는지를 최우선으로 파악해 봐야 합니다.
건강검진을 통해 신체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면, 최근 한 이사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사의 경우 개들에게 설명할 수 없이 보금자리가 바뀌게 되었고, 짐 정리 등으로 분주한 보호자의 모습은 반려견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기간은 개들마다 다르지만 원래 자극에 예민했던 반려견은 더더욱 그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예민한 강아지를 위한 솔루션
이번 사연 속 강아지를 위해 세 가지 솔루션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세이프존 만들기
첫 번째는 세이프존 만들기입니다. 반려견이 보호자의 움직임이나 소리에 반응한다면, 거실 같은 주 생활공간에서 떨어진 안방 등에 반려견의 세이프존을 만들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세요. 사람도 조용한 방에서 푹 자고 나면 개운하듯, 반려견도 방해받지 않는 안락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반려견이 원할 때 언제든 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구석지고 안락한 하우스 등의 공간을 마련해 주세요.
2. 같은 길로 산책하기
새로운 집 근처에서는 모든 것이 과하게 새로울 것입니다. 집안에서의 상황뿐 아니라 산책로에서도 많은 자극이 큰 스트레스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산책은 가급적 시야 확보가 잘 되는 낮 시간을 활용하고, 가능한 인적이 드문 산책로를 찾아주세요. 반려견의 안정이 유지될 동안 같은 산책로를 이용해 새로운 정착지에서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셔야 합니다.
3. 보호자 습관 기르기
반려견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소는 보호자의 행동입니다. 반려견의 흥분도를 이끌어내는 행동뿐 아니라 반려견이 흥분했을 때 보호자의 대처 또한 중요합니다. 만약 반려견이 짖거나 달려드는 반응을 보였다면, 보호자는 반려견을 이름을 부르거나 '안돼'라고 혼내며 소리치지 말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무시해 주세요. 또 반려견을 세이프존에 두고 스스로 진정할 때까지 말이나 간식 보상 없이 시간을 가져주는 것을 반복합니다. 이 부분은 보호자도 습관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반려견이 짖거나 흥분할 때 안정감을 가지게 해주고, 이러한 행동을 하면 가족들과 같이 있는 시간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반응성이 높은 예민한 강아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반려견의 품종이나 크기, 학습의 정도를 떠나 전체 개들 중 약 10%만이 반응도가 낮고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교적인 편에 속합니다. 약 40%는 무난하게 잘 지내는 개들이며, 다른 40%는 조심성이 많은 개들이죠. 남은 10%가 반응성이 높거나 공격성을 띠는 개들입니다.
모든 반려견은 인간보다 더 발달된 감각들을 통해서 세상의 다양한 자극을 접하고, 더 잘 반응하는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행동문제에 대한 이해와 솔루션도 중요하지만, 개라는 동물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통해 반려견의 행동 변화를 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반려견을 이해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는 '개의 마음을 읽는 법'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강력히 추천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