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들은 모르는 분들도 많겠지만, 놀랍게도 성범죄는 인간과 반려동물 사이에도 존재한다. 대개 진돗개, 풍산개, 골든리트리버, 암소 등 다양한 동물종이 피해의 주체가 된다. 피해자가 인간이 아닐 뿐 해당 행위는 어떤 존재에게 고통과 죽음을 낳고 있으며, 사회 속에서 인정되기 어려운 불편함과, 두려움과 옳지 않음을 동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동물에 대한 성적 학대는 오늘도 누군가에게 발생하지만 우리 경찰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 어렵게 법원까지 가더라도 그 사건은 죄명을 찾아 헤매다가 끝이 난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이 명확히 동물에 대한 성적 학대를 범죄행위로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잔인하게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거나 유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지만, 동물에 대한 성적 학대에 관한 내용은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형사사법 기관은 인간의 수간, 동물에 대한 성적 학대 앞에서 무기력하다. 법관의 재량에 따라 어느 경우에는 죄가 아니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상해라는 기준에서 처벌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간의 권리침해를 '상해'로만 처벌하지 않으며 성범죄 규정을 만들고 다양한 상황과 범죄 양태에 따라 처벌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동물에게 해서는 안 되는 행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규정이 필요하다. 범죄 억제 기능을 위해서 말이다.
해외의 많은 나라는 이미 동물에 대한 성적 접촉을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강력하게 처벌하는 동물학대 행위 중 하나가 동물과의 성적 접촉 혹은 동물에 대한 성적 학대 행위이다. 미국은 동물에 대한 성적 학대 행위를 동물 싸움,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행위와 동일하게 가장 엄격하게 처벌한다. 선고 이후 피학대 동물을 몰수하고 양육을 금지하는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몇몇 주는 동물에 대한 성적 학대를 인간의 성범죄의 유형으로 규정하며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다. 독일, 스위스, 캐나다 역시도 동물에게 성적 목적을 위한 접촉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행해진 동물 성학대자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가해자의 연령대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였지만 성별은 모두 남성이었다. 때로는 인간과의 성관계 경험이 없거나 어려운 이들도 존재하였지만, 어떤 경우에는 아동과 성인에 대한 성적 착취가 동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가해자들은 성격장애, 우울, 자폐 혹은 소아기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보였다. 단순히 처벌만이 아니라 치료적 개입이 동반되어야 억제와 예방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2023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우리 사회의 동물학대 유형을 넓혔고, 처벌수위도 높였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몸의 원형을 유지하며, 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고통이나 공포에서 자유롭도록 인간이 함께 행해야 할 의무를 제시해 나가고 있다. 이 법이 동물에 대한 성학대를 담지 못한다면, 삐뚤어진 재미와 변태적 성적 취향이 타 존재의 기본적 권리를 이기는 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당연히 인간도 안전할 수 없다.
지난해 한 동물영화제에서 작품을 출품한 초등학생 감독의 축하 연설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인권도 갖습니다. 하지만 인간도 동물이니까 동물권도 있는 것이죠. 저는 동물권과 인권과 아동권을 갖고 있죠. 하지만 동물들은 동물권뿐이에요. 딱 하나 있는 권리를 우리는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초등학생에게도 이렇게 명료한 내용이 어른들의 법 앞에서 불필요하게 난해해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