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무너진 '애플카'의 꿈… "애플, 생성형 AI 개발에 주력할 듯"

입력
2024.02.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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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자율주행 전기차 '타이탄' 사업 철수"
기술력 '레벨 2'에 그치고 전기차 사업성도 뚝
"AI, 수익성 더 높아" 시장 반색… 주가 0.8%↑

애플이 ‘운전대와 페달 없는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만들겠다’던 꿈을 결국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갖 난관에도 지난 10년간 개발을 이어왔으나 기술의 벽을 넘기 힘들다고 자체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오히려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애플이 그 대신 주력하기로 한 분야가 바로 인공지능(AI) 개발이라는 소식도 함께 전해진 덕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타이탄’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약 2,000명의 직원에게 사업 철수 사실을 공지했다”고 보도했다. 제프 윌리엄스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부사장도 이 같은 결정을 내부와 공유하면서 ‘많은 직원이 AI 부서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이 결정은 타이탄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회사의 폭탄선언”이라고 짚었다.



레벨 2 수준에 멈춘 자율주행 기술

애플은 2014년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에 착수했다.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아무 제약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5’ 차량을 2025년까지 출시하겠다는 게 당시 포부였다. 현재도 자동차 업계가 ‘레벨 4’(특정 지역에서만 자율주행 가능) 상용화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을 꿈꿨던 셈이다.

그러나 10년간 애플은 완성차 제조의 ‘높은 벽’을 절감했다. 공급망 확보에 애를 먹었고, 2021년 ‘현대자동차와의 차량 생산 협력’ 소문도 돌았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같은 해 사업을 이끈 더그 필드를 비롯, 주요 임원이 줄줄이 퇴사하며 사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애플은 2028년에야 ‘레벨 2’(운전대 조작 및 차량 가속·제동 보조)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출시하는 것으로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애플 내부에선 ‘테슬라 모방 제품’(Tesla me-too product)이라는 조롱이 나왔다.

정체된 전기차 시장 탓도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47%에서 올해 1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얼어붙은 시장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며 “경영진은 대당 1만 달러(약 1억3,000만 원)로 예상되는 애플 전기차가 다른 제품군의 이익률을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고 전했다.

"생성형 AI 집중은 좋은 전략"

시장은 반색했다.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애플 주가는 0.81% 올랐다. 전기차 대신 수익성 높은 AI 개발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타이탄 프로젝트 직원들 중 상당수가 AI 개발 부서로 옮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애플은 미 언론들의 확인 요청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애플이 생성형 AI를 연구해 왔고, 올해 말 진행 상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누라그 라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AI는 전기차보다 장기 수익성이 높다. 생성형 AI 집중은 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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