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하루 만에 또 가라앉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주일 안에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내놓은 다음 날인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이를 모두 부인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민간인의 황폐해진 삶은 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교전으로 인한 사망·부상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생존자들의 '굶어 죽을 위기'도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탓이다. 전쟁 발발 후 식수와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가자지구 전체 인구 약 230만 명 중 4분의 1인 56만6,000명이 기아 상태에 임박해 있다.
27일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관계자는 이날 이스라엘과의 휴전·인질 석방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이스라엘과의) 의견 차이가 크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대 철수 등 일차적이고 중요한 쟁점들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합의 도출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전날 언급과는 배치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NBC방송 등에서 "이스라엘이 우리가 인질을 빼낼 시간을 주고자 (3월 10일~4월 9일로 예상되는) 라마단 동안 (군사) 활동을 안 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다음 주 월요일(3월 4일)에는 휴전이 시작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26일 타결 직전인 협상안에 △40일 휴전 △하마스 인질 1명당 이스라엘 수감자 40명 석방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미국 정부의 '일주일 내 휴전 개시' 전망과 함께, 휴전안의 세부 내용까지 서방 언론에 보도되는 데 대해 '협상을 타결하라는 미국의 압박'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 관계자인 아흐마드 압델하디는 "미국이 심리전을 펴고 있다"며 "현재 논의 중인 내용은 우리의 요구를 충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도 "매우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지만, (협상) 진전이 느리고 격차가 크다"는 관계자 발언이 나왔다.
휴전 협상이 늘어지는 가운데, 가자지구 민간인 고통은 계속 커지고만 있다. 특히 구호 물품이 반입되는 이집트 접경 지역과 멀고, 피란민 대부분이 몰려 있는 가자지구 남부보다 북부의 상황이 심각하다. 칼 스카우 세계식량계획(WFP) 부국장은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가자지구 북부에 기근이 임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WFP는 '기아로 인한 일일 사망자가 인구 1만 명 중 2명꼴로 발생하고, 어린이 3명 중 1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일 때'를 기근으로 정의한다.
특히 지난달 26일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인도주의 물품의 가자지구 유입을 확대하라'고 명령한 뒤, 이스라엘이 도리어 지원을 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ICJ 결정 후 구호 물자 반입은 이전보다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없는기자회는 27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긴급 구호품을 들여보내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달부터 A형 간염도 퍼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