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사직 아닌 순직하겠다" 응급의학과 교수의 절규

입력
2024.02.28 09:01
조용수 전남대병원 교수, SNS에 호소
"대학병원 취직이 죄는 아니지 않나"
"나라에 뭔 일만 생기면 몸 갈려나가"
"병든 환자 곁 못 떠나는 소시민 의사"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길어지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은 업무 과중에 절규하고 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대통령님! 부디 이 사태를 좀 끝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교수는 "다 잡아다 감방에 넣든지, 그냥 니들 마음대로 하라고 손을 털든지, 어느 쪽이든 좋으니 평소처럼 화끈하게 질러주면 안 되겠냐"며 "짖는 개는 안 무는 법이고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데, 대체 뭐 때문에 이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저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응급의학과 전공하고 대학병원에 취직한 게 죄는 아니지 않냐"며 "코로나 때부터 나라에 뭔 일만 생기면 제 몸이 갈려 나간다. 나이 먹어서 이제는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지나고 보면 고생한 거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어차피 시민들에게 저는 돈만 밝히는 '의새'의 한 명일 따름이고, 동료들에겐 단결을 방해하는 부역자일 따름"이라며 "실상은 그저 병든 환자 곁을 차마 떠나지 못하는 소시민 의사일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이든 펜이든 얼른 꺼내달라. 저는 이러다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고 글을 맺었다.

조 교수는 지난 21일 SNS에 올린 글에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뛰었는데 새벽 두 시 반이 되어서야 침대에 눕는다"며 "현실엔 병들고 아픈 사람들이 많고, 당장 치료받지 못하면 곤란한 환자들이 많다는 걸 유념해 달라. 싸움이 길어져서 좋을 게 없다"며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복귀를 촉구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7일 기준 주요 99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09명(80.6%)이었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으로 확인됐다.

윤한슬 기자